보훈의 흔적을 찾아서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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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에 충의가 깃들다청송
청송
계절은 물과 같다. 잠깐 놓치면 어느새 흘러가서는 이내 사라져 버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름 없는 계절의 한 조각을 붙잡으러 청송으로 향한다. 높고 낮은 산으로 첩첩이 에둘러진 아늑한 고장은 마치 먹으로 그린 듯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있다.

비와 바람이 빚은 자연의 아름다움
청송 여행은 해발 721m의 주왕산에서 시작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 중 가장 낮고 면적도 좁지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지질 명소 24곳 중 9곳이 이곳 주왕산에 있다.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봤다는 뜻이겠다. 의병승장이었던 사명대사가 의병 훈련에 매진하였다는 곳. 오래된 절 대전사에서 출발해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보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7.4Km 세 시간 코스는 주왕산의 절경이 압축돼 들어있다. 수 천만년 전 이 일대의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이 엉겨 붙고 침식돼 만들어진 예술품이다.

청송도를 닦는 이를 위해 신선이 불을 지펴주었다는 주왕산 시루봉
청송깎아지른 듯한 협곡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용추협곡
거대한 협곡과 기암괴석, 주상절리가 이어지는 산행길을 옛 선비들은 신선 세계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신령한 세계로 초대받아 들어가는 듯하여 감회가 새롭다. 걷기도 참으로 쉬운 길이라 숨을 몰아쉬는 대신 바위 하나, 폭포 하나씩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탄하면 좋겠다.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같은 기이한 봉우리마다 누군가 왕이 되려다 실패해 도망 왔고, 또 어떤 이들은 사랑했지만 비극으로 끝났다는 역사와 전설이 한데 섞여 있다.

청송주산지 왕버들
국제슬로시티인 청송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만 주산지에 갈 땐 일찍 서둘러야 한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선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다. 1721년 완공된 저수지는 원래 소수의 사람만 알음알음 찾는 곳이었다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사진작가들의 출사 명소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300년이나 물이 마른 적 없다는 주산지의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수면 위로 솟은 고목들이다. 청록의 잎사귀는 아직 피지 않은 계절이지만, 반은 안개에 가리고 반은 햇살에 반짝이는 왕버들의 모습이 담백한 수묵화를 보는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처마마다 묵직한 세월을 품은 덕천마을
위로와 휴식이 되는 풍경들을 지나 사람 사는 온기와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묻어나는 동네로 향한다. 덕천마을에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아흔아홉 칸 고택인 ‘송소고택’이 있다. 1880년 조선 영조 때 만석꾼 소리를 들은 심처대의 7세손 송소 심호택이 지은 집이다. 경주 최 부자와 함께 9대에 걸쳐 250년 동안 만석의 부를 누린 영남 대부호의 고택답게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청송 심씨 가문이 모여 옛집들을 정성스레 가꾸고 유지해 온 덕분에 한옥은 생활의 향기를 간직한 채 관광객들을 맞는다.

청송송정고택 뒤편에서 바라본 덕천마을 전경
오른쪽 옆문으로 연결된 송정고택은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해방 후에는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철기 이범석 장군이 생각을 정리하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몇 달씩 머물던 곳이다. 고택 뒤편은 덕천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솔길로 ‘철기장군 명상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장군은 이곳에서 나라의 미래에 대해 어떤 구상을 했을까. 그는 ‘조국, 이 말처럼 온 인류 각 민족에게 강력과 감동과 영향을 주는 말은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독립운동의 모태, 의병을 기리다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유공자로 포상이 추서된 의병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장이 바로 청송이다. 1896년 청송의진의 격렬했던 화전동 전투가 벌어진 자리에 항일의병기념공원을 만들었다. 독립유공자로서 서훈이 추서된 전국의 의병 선열 2,657명 모두의 위패가 모셔진 충의사와 훈격이 기록된 명각대, 이름 없이 희생된 전국 무명 의병 용사를 추모하는 충혼탑이 있는 전국 유일의 항일의병기념공원이다.

청송항일의병기념공원
청송무명의병용사충혼탑

의병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군사를 일으켜 무장을 갖추고 외적에 대항해서 목숨을 바쳐 싸운 민병이다. 당시 의병에 참여한 사람들은 10대 소년에서부터 칠순이 넘는 노인까지 나이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모범을 보인 이들. 청송의 아름다움이 자연의 몫이라면, 정신은 뿌리 깊은 충의에서 나온다.

경북 청송군 _Travel Tip_

탄산 약수와 닭불백숙
청송
청송군 진보면 신촌리는 첩첩산중에서도 외떨어진 작은 마을. 이곳을 청송의 ‘핫플’로 만든 것은 신촌 약수 주변에 모인 이름난 닭백숙 식당들이다. 톡 쏘는 약수로 끓인 닭백숙은 약간 푸른빛이 도는데, 철분 함량이 많은 약수가 닭의 기름기를 제거해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 신촌식당에서는 닭다리가 들어있는 백숙과 퍽퍽한 가슴살을 다져 직화로 구워낸 닭불고기를 세트로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사과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사과로 정평이 난 청송 사과로 만든 막걸리가 새콤달콤 입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줄 음료가 필요하다면 지척에 있는 꽃담 카페에서 야생화를 덖어 만든 꽃차를 맛보면 좋겠다.


민예촌과 한옥 스테이
청송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처럼 운치 있는 한옥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면 청송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민예촌을 방문하면 좋겠다. 대감댁, 영감댁, 정승댁 등 이 지역의 옛 가옥을 재현한 한옥에 머물며 주변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다.
‘청송백자’와 ‘돌꽃’은 청송이 아니면 보기 힘든 귀한 것들이다. 청송백자는 돌을 빻아 제작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만든다. 일본 도자기의 대명사 사쓰마 도자기도 청송이 원류다. 이 도자기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으로부터 시작됐는데, 도공이 바로 청송 심씨였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돌꽃은 이름처럼 돌에 해바라기, 등 누가 봐도 금세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꽃 모양이 선명하다. 민예촌에는 ‘청송백자전시관’을 비롯해 ‘청송 꽃돌수석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객주문학관
청송
19세기 말,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우리 민중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그려낸 청송 출신 작가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문학관이다. 폐교된 학교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켜 다양하고 흥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1, 2전시실에는 약 5년간 10권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치열하게 발로 뛴 취재 과정과 집필 배경이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에 활동하던 보부상들의 활동상과 조선 후기 상업사도 눈으로 볼 수 있다. 청송을 둘러싼 겹겹의 능선을 걷다보면 길을 걷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짐을 진 보부상이지 싶다.
*2월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휴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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