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완치는 어렵지만, 완화는 가능한 질병이다. 적절한 약물치료와 신체활동, 사회활동을 같이 할수록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크다. 경증 치매로 광주보훈요양원에 입소해 계신 김영화(76세) 어르신은 전보다 활기차고 건강해진 모습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웃음 넘치는 노래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어르신의 ‘치매 극복기’를 들어본다.
“불가피하게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눈물을 흘리거나 ‘혹시 뉴스에 나오는 안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보호자도 계시죠. 이런 분들이 나중에는 마음을 열고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증상이 호전되고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면서부터예요.” 9년째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혜성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이혜성 사회복지사 지역주민에게 인기 높은 보훈요양원 광주보훈요양원은 기획재정부 주관 ‘고객만족도 최우수기관’ 선정 및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평가 10년 연속 최상위 A등급을 달성하는 등 광주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노인전문요양시설로 이름나 있다. 법정인력보다 더 많은 돌봄 인력을 채용해 어르신들의 편의를 높이고 최첨단 치료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으로 치료는 물론, 여가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다. 김영화 어르신의 아들은 여러 시립 요양원과 사설 요양원을 다니며 꼼꼼하게 시설과 프로그램을 답사해본 끝에 광주 보훈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했다. ‘보훈가족’이 아닌 일반 지역주민 자격이라 비용 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이곳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처음 입소를 희망했을 당시에는 대기가 있어 거의 1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2월 입소하시게 됐다. “김 어르신은 경증 치매가 있으시고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조금 불편하세요. 그럼에도 큰 거부감 없이 요양원 생활에 잘 적응하셔서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계십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노래 교실인데, 애창곡인 배호의 <당신>을 수준급으로 부르세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강사진 초청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실외 활동이 줄어든 요즘에는 근력과 관절 유연성을 높이는 재활 치료에 좀 더 집중하여 생활하시고 있습니다.” 이혜성 사회복지사는 “요양원을 규모와 체계가 있는 가정집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며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불효가 아니라 되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 말한다. 심리치료실 내 반원 의자에 앉은 어르신과 김은주 요양보호사 지루할 틈 없는 요양원의 하루 사회활동은 뇌 기능을 촉진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활발히 해준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뇌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에 대한 저항력이 더 크다. 적극적인 사회활동은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지연시키고 치매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또한, 활발한 두뇌 활동은 인지장애나 치매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독서, 퍼즐 맞추기와 같이 머리를 쓰게 하는 두뇌 활동은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주보훈요양원에 입소한 일반 환자 비율이 46%에 달할 만큼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높은 데에는 광주보훈요양원만의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큰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환자별 상태와 질환별로 등급을 나눠 구상하고 개발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 교실을 하더라도 한 분이라도 소외되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A, B, C, D그룹으로 나누는 것이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께는 직접 요양실로 찾아가서 1:1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여기에 첨단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작업치료실에 설치된 ‘코그 트레이너 (Cog-Trainer)’는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고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핸들 옵션을 통해 상지를 재활할 수 있는 최신 장비다. 카레이싱, 숫자 기호 맞추기, 벽돌 깨기 등 현장감 있는 화면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몸의 기능과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어르신이 인지능력과 팔의 운동능력을 높이는 코그 트레이너 (Cog-Trainer)를 하고 있다. 2010년 호남지역 최초로 유일하게 만들어진 심리안정치료실도 특별하다. 마치 ‘하울의 성’처럼 다채로운 공간이다. 100가닥의 광섬유 색깔이 부드럽게 변하면서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광섬유 커튼, 여러 가지 색깔의 반짝이는 거품이 있는 물기둥, 부드러운 흔들림을 통해서 편안함을 주는 반원 의자와 편안하고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물침대 등 시각과 청각, 촉각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최근 물리치료실에서 시행 중인 ‘슬링’도 인기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줄을 사용해 상하지 근력을 강화하고 관절 가동범위를 넓혀주는 운동이다. 근골격계 통증이 있는 요양보호사분의 재활에도 도움을 주어 어르신과 요양보호사가 함께 스트레칭하며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재활치료기구인 슬링을 이용한 운동은 근력과 관절 유연성을 높이는 데 좋다.
존중과 배려 담긴 따뜻한 돌봄 “어르신, 보라색 옷이 너무 예뻐요. 저랑 세트로 맞추셨네.” 입소 때부터 함께한 김은주 요양 보호사는 어르신이 변화에 잘 적응하시도록 처음부터 세심하게 신경 쓰고 다정한 말벗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중한 존재다. “이제는 어르신 표정만 봐도 기분이 물론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해결해 드릴 수 있을 만큼 신뢰가 쌓였다”는 말에 어르신은 수고가 많다고 어깨를 쓸어 주신다. “광주보훈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나라에 헌신하신 국가유공자분들도 많지만, 꼭 유공자가 아니더라도 지난 세월을 열심히 살아오신, 존경받기에 합당하신 분들입니다.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부모로, 할머니나 할아버지로 사시다가 지금은 그런 기억을 조금씩 잊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에요. 그런 어르신들에게는 존중과 배려, 따뜻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코로나가 무서워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는 김 어르신. 혹시나 넘어져 엉치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큰 어르신에게 광주보훈요양원은 든든한 울타리다. 실제로도 요양원 주위로 우거진 나무와 자연 속 산책로는 심신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침마다 체조 하고 끼니때마다 밥 챙겨주고 시간 맞춰 운동시켜주니 고맙지. 요양원 생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이혜성 사회복지사와 김은주 요양보호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광주보훈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의 노후가 편안하고 품위 있도록 앞으로도 쭉 이곳에 머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들. 우리가 바라는 최고의 요양은 어르신과 종사자 모두 행복한 일상을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