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달리기’ 시대다. 20~30대의 MZ세대에선 ‘러닝 크루’에 참여해 여럿이 함께 뛰는 새로운 취미 활동이 유행이고, 중장년·노년층에서는 ‘슬로 조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달리기’ 열풍에 따라 몸에 좋고 경제적이기도 한 달리기에 대해 알아본다. 눈 오는 날은 달려야지! 설중런(雪中run)!’, ‘춥다고 방에만 틀어박힐 수 없지! 얼죽런(얼어 죽어도 러닝)!’ 몇 해 전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러닝의 인기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눈 속을 달리며 눈의 촉감과 설경 감상의 맛을 알아버렸거나 알싸한 찬바람을 가르는 상쾌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설중런’, ‘얼죽런’을 외치며 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러닝 크루, 러닝에 빠진 MZ세대 러닝은 사실 특별한 장비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러닝화와 운동복만 있으면 혼자서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경제적인 운동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최근의 인기는 스마트 워치, 운동 기록 앱들의 등장과 ‘러닝 크루’라는 MZ세대의 러닝 문화와 함께한다. ‘러닝 크루’는 ‘달린다’는 러닝(running)과 ‘무리’를 의미하는 크루(crew)가 합해진 말로 SNS를 통해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한곳에 모여 함께 달리는 소모임을 말한다. 운동 기록 앱을 통해 건강도 관리하고 본인의 운동 기록을 경신하는 짜릿함을 느끼며 러닝에 빠져들던 러너들이 러닝 크루에 속해 함께 달리면서 MZ세대의 대중적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스타그램에서 #런린이 #러닝크루 등의 해시태그가 봄에서 가을로 갈수록 10~20% 이상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인기에 힘입어 국내 러닝 인구가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왜 함께 모여 달리는 걸까? 러닝 크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러닝의 목표 속도와 거리를 정해 함께 달리면 유대감도 생기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혼자서 달려야 하는 외로운 러닝이 아니라 커뮤니티 속에서 서로 독려하고 러닝 선배로부터 자세 교정도 받고 조언도 구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는 것. 또 혼자였다면 ‘운동 안 할 핑계’를 찾는 데 익숙한 이들이라도 러닝을 이어갈 동기가 생기고 러닝 권태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러닝 문화 확산으로 러닝 입문자가 급증하자 커뮤니티에는 ‘러닝화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러너의 발 모양이나 러닝 스타일에 맞는 신발 선택이 매우 중요한 점에 주목, 몇 개 브랜드의 모델 라인을 분석해 ‘입문용’, ‘마실용’, ‘동네대표’, ‘지역대표’, ‘국가대표’로 계급을 나눠 소개하는데 러닝 초보자라면 참고할 만하다. 러닝화는 어떻게 선택하는 게 좋을까? 러닝화는 러너의 발 아치 형태, 발가락 넓이와 길이 등 발 형태와 러닝 수준에 따라 쿠셔닝 정도, 안정성, 무게, 밑창의 재질과 패턴, 착용감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러닝 기술이 부족한 초보자라면 발이 지면에 닿을 때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무릎과 발목, 허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충격 흡수 능력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 러닝 시 발이 약간 부을 수 있음을 고려해 평소 사이즈보다 0.5~1㎝ 큰 러닝화를 선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중장년, 노년층에선 ‘슬로 조깅’ 확산 MZ세대가 러닝에 푹 빠졌다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는 슬로 조깅이 화제다. 러닝이 보통 시속 8㎞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것으로, 최대심박수 70~85%에 해당하는 강도의 운동이라면 슬로 조깅은 시속 3~6㎞로 달리는, 최대심박수 40~ 70%에 해당하는 비교적 가벼운 강도의 운동이다. 러닝이 숨이 찰 정도라면 슬로 조깅은 옆 사람과 얘기하며 뛸 수 있는 수준이다. 슬로 조깅은 일본 후쿠오카대 스포츠과학부의 다나카 히로아키 명예교수가 2009년에 고안한 방법인데 91세인 전 일왕 아키히토가 자신의 건강 유지 비결로 슬로 조깅을 꼽으면서 유명해졌다. 슬로 조깅, 그냥 천천히 달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나름의 특징이 있다.<표 참조>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달리는 슬로 조깅은 누구나 따라 하기가 쉽고 운동 강도가 낮아 고령자나 초보자도부상의 위험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지만 효과는 러닝과 견주어 뒤지지 않을 정도로 꽤 좋다. 러닝의 운동 효과로 심혈관 건강 강화, 체중 관리, 근육 강화 등을 꼽는데 슬로 조깅 역시 다르지 않다. 슬로 조깅은 특히 내장 지방 감소와 근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후쿠오카대 운동생리학 연구팀이 평균 나이 70.8세 노인 81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슬로 조깅을하도록 한 실험 결과 이들의 피하 지방과 근육 지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근육 기능이 개선돼 앉았다 일어서는 능력이 향상된 것도 확인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발 앞꿈치로 착지하는 방식은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비만인도 무릎이나 관절에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꼽힌다. 나는 러닝파? 슬로 조깅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달리기 방식을 택할까? 나의 체력수준과 관절 상태, 운동 목적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러닝 입문자라면 슬로 조깅을 통해 기초 체력을 키운 후에 점차 강도를 높이며 러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초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러닝 크루에 속해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며 안전하게 러닝을 시작하거나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해 주 3~4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과하면 해가 된다는 것. 러닝도 과하면 무릎뼈를 덮고 있는 힘줄에 염증이나 부분 파열이 나타나는 슬개건염에 걸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 요즘 같은 겨울에는 장갑, 넥워머, 페이스마스크 등을 사용해 방한에도 신경 써야 한다. 러닝이나 슬로 조깅 등 달리기는 신체 건강은 물론 집중력을 키우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겨울철 운동이 고민이라면 러닝이나 슬로 조깅에 입문해 보자. 언젠가 나도 설중런, 얼죽런을 외치며 러닝 전도사가 돼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