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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 신호철 원장
중앙보훈병원 신호철 원장
보훈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앙보훈병원은 올해 72주년을 맞는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초대형 공공병원이지만, 해결해야 하는 난제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제17대 병원장으로 부임한 신호철 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퀀텀 점프(비약적 성장)’의시기라고 단언한다. 든든한 역사적 기반 아래 변화를 위한 초석을 쌓을 때란 얘기다.

중앙보훈병원 신호철 원장

중앙보훈병원은 30여 개 진료과와 1,400여 병상을 갖춘 초대형 공공병원이다. 1953년 2월 대구 제2구호병원을 모태로 설립돼 현재는 하루 평균 4,500여 명의 외래 환자가 내원하는 병원으로 성장했다. 보훈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지난해 10월 제17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신호철 원장의 어깨가 자못 무겁다.
저는 40년 가까이 민간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수많은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공공보건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오길 바라왔지요. 그중에서도 중앙보훈병원은 우리나라 보훈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인데, 이곳 수장으로 오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더구나 보훈 가족을 위하는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요. 공공병원이다 보니 여러 규정과 절차를 따르느라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려 합니다. 3년의 임기 동안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병원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 원장의 좌우명은 ‘모든 일에 성실히 임하자.’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믿음은 그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이다. 모든 일에 열과 성을 다할 것. 원장으로 취임한 지 세 달여 동안 그가 보낸 하루하루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시스템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현재는 직원, 고객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병원 현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전체 부서 업무보고, 병원 주요 고객인 국가유공자 단체 면담, 진료과 간담회 등을 잇달아 열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지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부서 운영회의를, 한 달에 한 번은 전체 운영회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구성원들이 병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아야 협진도 원활하고, 교류 또한 활발히 이뤄질 테니까요. 병원이 더 활기찬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려 하지요.

부임 초부터 전문의 1:1 면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200명 정도 되는데, 한 사람과 1시간이 넘도록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금껏 65명밖에 만나지 못했지요. 4월까지 매일 만나보려는데, 대화를 많이 해서인지 벌써 목이 좀 쉬었지요?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병원은 의사 농사’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의사로서 한 명 한 명이 병원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에요. 이들과 함께 더 나은 변화를 이끌어가려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진료를 시작한 중앙보훈병원은 올해로 72주년을 맞는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공공병원으로 국내 여느 병원과 견줘도 그 위상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신 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든든한 역사적 기틀 아래 ‘새 도약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진료 대상인 국가보훈자는 전국에 170만 명 정도됩니다. 그 가운데 중앙보훈병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70만 명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요.

주 환자층은 70대 중반 고령 환자들로, 생명주기로 보면 15년 후에는 환자의 60~7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도 이동성이 많이 떨어지실 테고요. 지금이 바로 의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퀀텀 점프의 시기라고 보는 이유지요.

현재 환경과 인프라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82,645㎡(약 2만 5,000평)가 넘는 넓은 부지에 지하철 9호선과도 연결돼 있고요, 민간 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최첨단 의료 장비와 우수한 의료진도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하지요. 우선, 환자 고령화와 낮은 이동성에 대비해 적어도 5년 안에 전문화된 가정방문 진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 보훈 환자를 위한 더 전문적이고 맞춤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또 의료 서비스 편의를 위해 위탁병원 수를 계속 늘리기보다는 질 관리가 가능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요. 이 외에도 중증 또는 노인성 질환에 전문화된 재활의학과나 안과, 비뇨의학과 등 ‘특성화 진료과’를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일반 환자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강화 등도 필요하고요. 이를 통해 보훈 환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치료받고 싶어 하는, 미국의 보훈병원인 VA병원처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신 원장이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80년대 초는 가정의학이 태동할 때였다. 가정의학은 그동안 전문화되고 파편화되던 의학계에서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새로운 분과였다. 어떤 질병이든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돌보는 의사, 신 원장이 꿈꾸던 ‘의사’가 거기에 있었다.
군의관으로 지낼 때 가정의학회에서 발간한 잡지, <가정>을 읽게 됐어요. 가정의학과라는 분과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환자를 진료하면서 줄곧 궁금했던 것들이 신기하게 다 적혀있더군요. 당시 의료 분과가 점점 세분화하면서 분야별로 깊게는 알아도, 환자를 폭넓게 보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요. 환자를 전체가 아닌 하나의 ‘장기’로 보게 되는 순간 의사는 장기를 고치는 ‘기술자’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질병 대부분은 특정 장기 또는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 않아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신체 여기저기를 병들게 하지요. 가정의학은 병을 치료할 때 생물학적 원인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접근을 함께 시도해 환자가 온전히 치유되도록 도와주죠. 가정의학을 전공하면서
‘스트레스’를 깊게 연구한 이유도 스트레스가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피로 클리닉’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만성피로를 한순간에 날릴 묘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생활 습관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에요. 이것이 바로 가정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입니다.

중앙보훈병원 신호철 원장

환자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환자를 알아가고 결국은 공감해 주는 일. 가정의학의 본질은 신 원장이 꿈꾸는 진정한 ‘의사’와 맞닿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고, 그 의무에 환자를 위하는 ‘마음’을 더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자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약 처방도 검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약을 처방하지 않아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 얼굴만 봐도 덜 아파요.’란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 의사를 신뢰하기에 곧 아프지 않을 거란 믿음이 만든 효과지요. 이는 의사도 환자에게 공감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쉬워 보여도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수행도 해야 하고, 환자 경험도 많아야 하지요. 30여 년 전에 만난 환자분이 있어요. 그분의 자녀와 손주까지 3대, 4대를 걸쳐 진료를 봐왔는데요, 그렇게 오래 진료하다 보면 상태를 얘기하지 않아도 알 정도가 되고 환자를 이해하게 돼요.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받으러 와서 10~20분 수다만 떨고 가시는 분도 계셨고요.

이처럼 공감과 이해는 한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환자를 돌보면서 깨달아가는 일입니다. 앞으로 그런 의사들이 일하는 중앙보훈병원을 만들어 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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