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에서 위암까지위 건강 지키기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을 호소하는 이들 가운데는 '위염이 만성화되어 위암이 되지 않을까?'하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위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고 표면적인 증상만으로는 위암과 위염을 구별할 수 없어 더욱 주의가 필요한데요, 만성 위염에서 위암까지의 궁금증을 전문의의 10문 10답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위암 발생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해마다 우리나라는 유독 위암 환자가 많이 발생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기준)를 보면, 위암은 한 해 동안 26,662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해 국내 발생률 1위의 암입니다. 이는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10배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이 높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추정되는 첫 번째 이유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서양보다 높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식생활의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짠 음식, 구워서 먹는 고기 등의 육식, 가공육 등이 관련돼 있다고 추정합니다. 세 번째로는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내시경 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위암 발견율이 높은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잦은 소화불량이나 속쓰림과 같이 위가 나빠지는 원인은 무엇인가요?위가 나빠지는 원인이 뚜렷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된 원인은 첫 번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위에 염증이 발생하고 더 진행되면 궤양에 이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좋지 않은 식습관입니다. 육류의 빛깔을 더해주는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이 들어간 소시지나 햄 등의 가공육이 좋지 않으며, 너무 자극적이거나 짜고 매운 음식, 탄 음식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한 흡연 역시 위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좋지 않습니다. 3. 헬리코박터균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 점막층과 점액 사이에 서식합니다. 이 균은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의 위험인자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제균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균이 확인된 모든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비용과 효과 면에서 비효율적이라 다음의 경우에 제균 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① 조기위암 환자 ② 궤양을 동반하거나 앓았던 환자 ③ 저 악성도 점막관련림프조직종양(Low grade MALToma) 환자입니다. 치료 약제로는 두 가지 항생제와 한 가지의 수소펌프저해제를 병용하여 1~2주 사용하는 삼제요법이 가장 보편화되어 있으며, 1차 치료로 제균되지 않을 경우, 다른 향균제로 교체하여 4제 요법을 사용해 2차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2차 치료로도 제균되지 않을 경우 퀴놀론(quinolone) 제제를 이용한 3차 치료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요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제균 치료 후 제균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도 꼭 받아보기를 권고합니다. 4. 위궤양 증상이 위암과 혼동하기 쉽다던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위궤양과 위암의 증상은 서로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위궤양에 걸리면 명치 부위의 날카로운 통증, 식욕감퇴, 소화불량, 상복부 팽만감, 위산 역류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궤양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증상이 심하다고 반드시 궤양이 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임상증상만으로 궤양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위암으로 인한 증상도 위궤양과 같이 복부 불쾌감, 메스꺼움, 속쓰림, 구토,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있을 수 있어 증상만을 가지고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심하게 위궤양이 진행된 단계에서는 출혈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토혈,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흑색변을 본다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5. 만성 위염이 위암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만성 위염이 심해진다고 위암이 되는 것은 아니며, 위염이 위암의 전구증상도 아닙니다. 위염이 위암의 원인 인자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 나중에 위암이 그 자리에 생길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6. 암은 어떻게 진행되며 조기 위암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위암의 진행 여부는 병기로 1기에서 4기까지로 표시되며 암의 위벽 침윤 깊이, 위 주변 림프절 전이 개수, 원격 전이 여부를 종합하여 판정합니다. 1기의 경우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암이 국한되며 주위 림프절 한두 개에 전이가 있거나 근육층까지 암이 침범하면서 주위 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경우로, 대부분 수술만으로 완치될 수 있으며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단계입니다.
2기나 3기의 경우 근육층, 장막하층, 장막층에 침습이 있거나 주위 림프절에 암세포가 퍼졌지만 다른 장기까지 암이 퍼지지는 않은 단계로, 수술을 기본적인 치료로 하게 되지만 재발 확률이 높아 수술 후 보조적인 항암치료가 도움이 되는 단계입니다. 4기의 경우는 암이 널리 퍼져서 위 절제 수술이 의미 없는 단계입니다. 항암화학요법을 하게 되고, 중간중간 전산화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게 됩니다. 조기 위암 환자의 90% 정도에서는 증상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위암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야 소화불량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증상만을 가지고 조기 위암을 진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조기에 위암을 찾아내려면 무증상일 때 정기검진을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40세 이후의 성인이라면 특별한 위장장애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한 차례씩 위내시경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7. 위내시경 검사로 알 수 있는 위장질환은 무엇인가요? 위내시경으로는 식도, 위, 십이지장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위의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시행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 들로는 이 부위에 발생 하는 암(식도암, 위암, 십이지장암)들이며, 용종과 위·식도 역류 질환, 궤양 등을 진단할 수 있겠습니다. 8. 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식습관을 알려주세요. 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으로 추정되는 것은 술, 카페인 등이 들어 있는 음료, 아스피린, 항생제 등의 약물입니다. 위 건강을 위해 서는 위에 부담이 적고 소화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9. 위암 진행 여부에 따른 수술법과 최신 치료 경황이 궁금해요. 위암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크게 내시경 절제술, 수술, 항암치료 세 가지입니다. 이중 항암치료는 이미 암이 진행되어 전이가 발견된 상황에서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내시경 절제술이나 수술 중 택일해야 하는데, 사실은 두 개의 적응증이 완전히 다릅니다. 만약 위 바깥쪽에 있는 림프절에 암이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고, 이런 가능성이 적다면 내시경 절제술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즉, 내시경 절제술은 내시경으로 절제가 가능한 크기의 조기 위암이나 고령의 환자가 수술 후 회복이 어려운 경우에서 시행하게 됩니다.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완벽하게 도려낼 수 있다면 내시경 절제술을 하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위를 잘라내지 않아 위를 보존할 수 있는 점 등도 내시경 절제술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위암이 내시경으로 다 치료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수술 치료는 꼭 필요합니다. 수술도 예전에는 배를 크게 열고 수술 도구를 넣는 개복수술이 많았지만, 요즘은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기구를 이용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대세입니다. 복강경 수술은 요즘 증가추세에 있는 로봇수술과 비교해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의 임상 결과로 봐서는 두 수술법이 비슷한 성적을 내는 상황입니다. 다만, 로봇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비싼 점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10. 위암 수술 후 유의할 점과 관리법에 대해 조언해 주세요. 위암 수술 후 일부는 고기를 먹으면 암이 재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서 암이 재발한다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기는 암 치료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더욱이 암 치료 후에는 체중도 많이 빠지고, 건강을 회복해야 하므로 적절한 고기 섭취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신 위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공·훈제식을 줄이고 싱겁게 먹기,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알코올 줄이기, 개인 접시를 사용하고 식후 바로 눕지 않기 등을 잘 실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