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대전성모병원 임상강사, 유성선병원 진료과장을 거쳐 현재 대전보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진료분야는 무통마취, 통증클리닉이다.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외과수술을 앞둔 환자가 도망가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마취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의식과 근육을 마비시키는 마취가 도입된 후 의학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고, 마취의 영역은 수술실 밖까지 확장되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통증 관리와 치료까지 아우르고 있다. 대전보훈병원에서 안전한 마취와 통증 치료에 힘쓰고 있는 최민경 전문의를 만나 '생존을 넘어 삶의 질을 책임진다'는 그의 소신을 들어본다.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해 생소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수술 시 고통을 느끼게 하지 않는 '마취'와 우리 몸 곳곳에 나타나는 '통증'은 하나의 진료과에서 어떻게 다뤄지게 되었을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통증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없었어요. 고통스러워도 마냥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죠. 그러다 마취법이 도입되고 발전하면서 전신마취만 하던 마취과 의사들이 필요에 따라 부위마취를 하게 되었고, 환자의 요구에 따라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출산 시 산모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무통 주사를 놓아주고,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통증을 해결해주고, 더 나아가 통증 자체가 주 증상인 환자의 통증까지 관리하고 해소하는 역할로 영역이 커지게 되었죠. 그래서 예전에 사용하던 '마취과'라는 명칭도 2002년부터 확대된 업무 범위를 포함하는 '마취통증의학과'로 바뀌게 되었어요. '마취는 마취 주사 한 대만 놓으면 되는 일'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수술방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전신을 정확하게 관리해 모든 변수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수술의 전 과정을 조율하는 막중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마취는 전신 혹은 특정 부위를 의식, 감각, 운동 및 반사행동이 없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생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수술실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수술 전 환자와 면담을 통해 수술 중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 질환 및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 중에는 환자의 바이탈 사인(체온, 혈압, 호흡, 산소포화도 등의 생체활력 지표)을 예의주시하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합니다. 수술이 끝나면 환자를 마취에서 안전하게 깨우고 회복실에서 나갈 때까지 각종 장치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감시하죠. 마취는 환자의 의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약물을 다루기에 한순간도 소홀할 수 없습니다. 고령 환자는 수술도 수술이지만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나 기억력, 인지기능 저하 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수술을 피하는 환자들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조언한다. 간혹 마취동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크게 걱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고령 자체가 전신마취의 고위험인자에 속하긴 하지만, 나이보다는 환자분들 각각의 기저질환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꺼릴 필요는 없습니다. 숙련된 마취전문의가 수술 종류와 환자분들 각각의 전신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마취방법을 선택해 시행하고 있고 필요한 장치와 장비도 굉장히 발달해 있으니 안심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치료를 받으실 것을 당부드리고 있어요. 또한, 과거에 사용하던 마취제 중에 간혹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약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마취제의 발전으로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마취와 수술이라는 경험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일시적으로 인지기능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 전 수준으로 회복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자분들이 준비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흡연은 고령에서 흔히 나타나는 폐 합병증과 밀접하게 관련있기 때문에 흡연자는 수술 전 최소 1~2주 정도 금연이 필요하며, 당뇨 같은 기저질환은 수술 후 합병증 발생 빈도를 높이고 회복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혈당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심폐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은 수술 전 '풍선 불기' 같은 재활 치료를 통해 폐 기능을 강화하면 회복에 도움이 되는데요, 거동이 가능한 환자라면 단기간이라도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수술 전 신체 기능을 끌어올리는데 좋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허리도 봐요?'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통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최민경 전문의의 역할이다. 아픈 곳이 허리든, 무릎이든, 두통이든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몸이 보내는 통증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원인으로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환자의 통증 신경회로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변해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만성화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선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고 원인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임상 검사실 검사나 영양 검사, 근전도, 체열 촬영 등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병원에서는 수술을 위한 마취뿐만 아니라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계신 환자분들의 암성통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통증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를 가장 기쁘고 보람있게 만드는 말이다. 한 환자분이 어느 날 손주가 전해달라고 했다며 봉투 하나를 주셨어요. 깨알같이 눌러쓴 손편지였는데 '할아버지가 진료를 받은 후부터 너무 편안해하시고 표정이 좋아지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죠.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 거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어릴 적 뇌수술을 받다가 수술실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어요. 의사가 되어 모든 병을 다 고쳐야겠다는 단순한 생각과 믿음이 절 여기까지 이끌어준 거죠. 통증 치료를 통해 더 많은 환자가 일상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아프셨죠' 한마디에 눈물을 쏟는 환자. 선생님의 치료법엔 경청과 공감이라는 소중한 덕목이 들어있다.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가까운 사람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잘 듣고 손잡아 드리는 것만으로도 '다 나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통증에 공감해준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받으시지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으로 언제든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편안한 의사로 환자 곁에 서겠습니다. 환자분들이 저를 만나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