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 인술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인쇄
광주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장철호 전문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곧 나의 소명입니다
광주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장철호 전문의
장철호 전문의와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환자들을 돌보며 몸에 밴 친절함 덕분일까. 매일 고난도 수술과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의사로서의 소명이 그만큼 굳건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전남대 의대 교수로 정년 퇴임을 하고 광주보훈병원에 둥지를 튼 장철호 전문의는 이곳 환자들을 돌보며 느낀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생의 끝자락까지 다가섰어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고 말이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환자가 75세 이상이면 수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광주보훈병원은 달랐어요. 고령의 환자라도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이 참 많았습니다. 나이가 든 분들은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요. 보훈병원에 오면 언제든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든든함 덕분에 아프면 바로바로 오고 계세요. 그만큼 치료에 적극적이셔서 병도 잘 낫는 편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뿌듯하고 환자분들도 금세 나으니 좋아하고 계시지요.
노인성 난청은 이곳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다. 30대 들어서면서부터 달팽이관 신경세포가 퇴행하며 청력이 서서히 감소해 생긴다. 청력 손실이 70데시벨(dB) 이상이면 고도 난청에 속하는데, 문제는 스스로 난청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난청은 보통 가족들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TV 소리를 크게 해야 들리거나, 대화가 잘되지 않아서 배우자나 자녀가 병원으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죠. 특히 노화로 인한 난청은 고주파 영역부터 들리지 않기 시작합니다. 우리말에서 자음은 고주파에 속하기 때문에, 소리는 들려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점차 중간 주파수까지 들리지 않게 되면 환자도 이를 느끼게 되죠. 진단 후, 난청이 심하지 않으면 보청기를 사용하라고 권하는데, 사실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보청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창피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빠지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환자일수록 보청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만큼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노인성 난청은 환자가 사회와 단절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노인회관에 가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바둑을 두는 것조차 어려워지죠. 점차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이나 치매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돌봐주는 가족도 적어서, 노인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시각과 청각이 함께 손실되면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난청을 느끼면 미루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주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장철호 전문의
보청기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고도 난청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손상된 와우(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자극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상급병원에서나 가능한 고난도 수술인데, 그는 지난해 4월부터 50명이 넘는 난청 환자의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이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이다.
이비인후과는 외과 수술이 중심인 분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등 일부 질환을 제외하면 약물보다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다수지요. 부임 후부터 의료 기기와 인력을 보완하고 바로 수술 준비를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지금은 전남·광주 지역에서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에 이어 세 번째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적었는데, 광주보훈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게 돼 지역 주민들이 한층 더 편리하게 질 높은 난청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한 쪽 귀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광주보훈병원에서는 보훈 환자의 양쪽 귀 모두를 지원하고 있어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인공와우 이식뿐 아니라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와 인공중이 이식 등 중등도 난청 환자를 위한 다양한 치료도 함께 시행하고 있지요.
의과대학 시절부터 유명했던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의대 교수로 근무하며 더욱 깊고 넓어졌다. 지금까지 발표한 의학 논문 수만 160여 편. 퇴임 후 광주보훈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그는 주말이면 연구실로 향한다.
의과대학 시절, 생리학과 약리학에서 항상 최고점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훌륭한 은사님들께 배운 지식이 지금 환자들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히 난청 환자들을 위해 인공와우 이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수술 없이 손상된 청각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연구에서 많은 진척이 있었고, 앞으로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이자 목표입니다. 또, 만성 중이염 환자의 임상적 관계와 수술적 치료에 관한 논문은 하버드 의대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였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연구를 하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습니다. 요즘 ‘의사 과학자’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기초 학문이 발전해야 의학도 발전할 수 있기에 저 역시 이 분야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고막 재생과 난청 개선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주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장철호 전문의
중이염 치료를 위한 연구는 영국왕립의학회 최우수 연구논문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의사 과학자’로서 어쩌면 최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하루하루를 지겨움과 씨름해야 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즐거운 일이면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든 시작할 때 속으로 다섯 번씩 묻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행복한가?’라고요.
그 질문이 지금까지 연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고, 그들이 기쁜 미소를 지을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광주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장철호 전문의

수술을 하기 전 그는 언제나 환자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 환자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늘 그렇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쾌유를 빈다.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그가 꿈꾸는 최고의 의사다.

서울예스병원 김인권 원장님은 제가 아주 존경하는 분입니다. 소록도에서 한센병과 소아마비를 치료하며 30여 년 동안 환자 곁을 지키셨지요. 제 인공관절 수술도 김 원장님께서 해주셨는데, 치료받으며 의사로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군의관 시절에 무의촌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의료 서비스가 척박한 환경을 보고는 가족들과 함께 소록도로 내려가 기꺼이 의사가 되셨는데요. 저 또한 그분의 환자였지만,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따뜻하고 친절이 몸에 배어 있어요. 그리고 퇴임한 이후까지도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환자를 돌보고 계시지요.
제 목표도 그렇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환자의 곁에서 편안한 사람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의사로 남고 싶습니다. 눈을 감는 날까지 연구 또한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 닉네임과 비밀번호 설정 후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