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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장구로 시작하는 따뜻한 의사 되기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김규한 전문의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김규한 전문의
공감과 소통은 맞장구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응해줄 때 그 사람은 더 이상 나와 무관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좋은 의사’는 환자의 말에 맞장구치며 공감할 때 시작된다고 말하는 김규한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김규한 전문의김규한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교수,
교수를 거쳐 현재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진료 분야 ┃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 피부 질환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31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피부 질환 치료법 발전과 치료 환경 개선에 힘써 온 김규한 전문의. 그를 찾아오는 ‘열성’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명의’로 정평이 난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중앙보훈병원 피부과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정년을 마치고 여행을 다니며 쉬고 싶다던 그가 중앙보훈병원에서 다시 환자를 돌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오랫동안 의사로 환자를 만나다가 6개월 정도 휴지기를 가졌는데, 환자 곁으로 돌아오니 오히려 더 큰 편안함을 느끼고 있어요. 평생을 피부 질환 치료에 몰두하다 보니,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막연한 의무감이 들기도 합니다. 쉬다가 음악회에서 우연히 중앙보훈병원 원장님을 뵈었는데,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고령의 환자가 많은 보훈병원 특성상 환자 케이스가 다양하지 않은데,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환자를 만나고 진료한 경험을 수련의에게 알려줄 수 있어 지금은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앙보훈병원 피부과에는 연간 4만 명 이상의 외래환자가 다녀간다.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병원 인근 일반 환자가 대상으로, 주로 노년기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노인성 가려움증은 이곳을 찾는 환자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 질환 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 표피 두께가 얇아지면서 피부 수분량, 지방 함량이 적어지고 피부가 더 건조해집니다. 건조해질수록 피부 가려움증이 유발되기 쉬운데, 단순한 질환 같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 치료가 쉽지않아요. 심장병, 당뇨 등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치료에 쓸 수 있는 약과 처치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피부 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필수인데 깨끗이 씻고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일도 고령 환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려움증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질환은 무좀입니다.
무좀은 곰팡이가 피부의 각질층을 감염시켜 발생하는 피부병인데 발톱, 발가락, 발바닥, 손톱 등 살이
접히는 부분에 주로 생기지요. 먹는 약은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의 10%
정도만 복용할 수 있고 다수는 바르는 약으로 처방해야 해 치료가 더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흔히 ‘저승꽃’이라 불리는 검버섯 또한 주된 질환입니다. 검버섯은 양성 종양이기 때문에 치료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수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발생하면 피부암일 수도 있으니 전문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검버섯 환자의 70~80%는 양성이지만, 병변이 심한 경우 6개월에서 1년씩 정기적으로 관찰하며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만성 질환인 피부 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아무리 병원을 자주 찾아도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인터넷에 근거 없이 떠도는 민간요법이 아닌 학술적으로 근거 있는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피부 관리의 기본은 청결과 보습입니다. 우선, 샤워는 하루에 한 번을 하되 10~20분 정도 짧게 하길 권합니다. 보통 욕탕에서 ‘뜨끈하게 지진다’라고 하는데, 혈액 순환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피부에는 정말 해롭습니다. 피부 기름기가 다 씻겨 내려가고 1시간만 지나도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장시간 목욕은 피해야 하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때를 미는 문화’가 있는데요, 피부 각질층은 수분이 몸 밖으로 나가는 걸 막아 주는 역할을 하기에 자주 때를 밀거나 각질제거제를 사용하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피부 보습은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면 좋습니다. 여름에는 약간 묽고 부드러우며 잘 흡수되는 타입을, 겨울에는 바셀린같이 끈적임이 강한 타입을 발라야 보습력이 좋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발뒤꿈치가 갈라지는데, 증상이 심해져 약을 오래 쓰면 피부가 얇아질 수 있으니 평소에 보습제를 자주 바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김규한 전문의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피부 질환 또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환자에게 관리의 중요성을 주지시키고, 오랜 기간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보다 어린 의사가 많은데, 어르신이 치료에 잘 협조하지 않으시면 내게 보내라고 말합니다. 환자가 오시면 솔직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나이가 들면 의사인 나도 비슷한 증상이 생기고,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이죠. 주 환자층이 60~70대 남성분인데, 고지식한 면도 있으셔서 피부 관리는 여자의 몫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계세요. 비슷한 연배로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스스로 관리해야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지요. 결국 치료는 의사에 대한 신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피부 질환은 만성 질환인 만큼, 환자가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믿음을 줘야 하지요.
병이 낫는 걸 환자만큼 기뻐하는 사람은 의사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김 전문의는 말한다. 다시 만나지 않길 고대하면서도, 누구보다 그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길, 무탈하게 지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직업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환자를 볼 때면 오히려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듭니다. 아토피 진료로 소아나 청소년 환자를 많이 돌봐왔는데, 건강한 성인이 되어 웃는 얼굴로 찾아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지요. 처음 부모님 권유로 의사의 길에 들어서게 됐지만, 의사는 기본적으로 남을 돕는 일을 한다는
데 자부심이 있어요. 환자를 보면 빨리 나아서 다시 안 오길 바라는, 일을 시작하는 마음부터가 선하지요. 누군가를 속이거나 해하려는 마음은 있을 수 없어요.

그렇다면 ‘좋은 의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일평생 환자를 돌봐 온 그에게도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다만, 그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꼭 필요하다고 여긴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는 무엇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혼재하는 정보 속에서 올바른 의료지식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 할 수 있는 ‘실력’을 우선 갖춰야 하지요. 기록하는 일도 중요해요. 결국 데이터가 환자 치료의 기본 자료가 됩니다. 꼼꼼히 확인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50~60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모든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경청하다 보면 상대방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요. 결국은 치료도 의사와 환자 간 협조가 잘 돼야 하는 일이라 ‘따뜻한 의사’가 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저는 환자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진료를 시작해요. 피부가 가려워 밤잠을 못 잤다고 토로하는 환자가 있으면, ‘참 힘드셨겠어요.’ 라며 아픔에 먼저 공감하고 치료하지요. 공감과 소통, 치료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분들께서도 의사의 말에 귀 기울여주시고 믿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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