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고 합니다. 복막과 척추 사이에 숨어서 좀처럼 증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절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췌장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합니다.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쁘다는 건 미리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입니다. 인천보훈병원 박병준 전문의가 10문 10답을 통해 췌장암, 췌장 질환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췌장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췌장은 후복막 장기로서 복막과 척추 사이에 위치합니다. 췌장은 하루에 20여 종의 효소를 함유한 등장성 알칼리성(PH>8.0)액을 하루에 약 1,500~3,000㎖ 분비하는데 췌장액은 위장관의 소화작용에 중요한 효소를 제공해 효소가 작용하기 좋은 이상적인 산도를 유지합니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혈액 속으로 분비해서 혈당을 조절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대표적인 췌장 질환으로는 급·만성췌장염 및 췌장암을 들 수 있습니다. 급성췌장염은 췌장 외분비기능의 손상으로 소화효소가 조기 활성화되어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이며 만성췌장염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서 췌장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일어나 췌장 기능 장애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알코올(술)은 췌장 세포에 직접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급·만성 구별 없이 췌장염의 주요 원인입니다. 또한 담석에 의한 급성췌장염도 흔합니다. 그 외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췌장염도 약 10%를 차지합니다. 췌장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도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흡연, 비만, 만성췌장염 등이 췌장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췌장 질환에 따라 몸에 나타나는 신호가 다를 것 같습니다. 질환별 자각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급성췌장염의 경우에는 복통이 특징적 소견입니다. 복통은 심와부에 국한될 수 있고 심와부와 좌상복부 또는 상복부 전체에 걸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역과 구토가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납니다. 만성췌장염의 주된 증상은 심한 복통으로 좌상복부 또는 중·상복부에 나타나며 허리띠처럼 복부 주위로 방사되거나 등쪽으로 국한하여 방사됩니다. 통증은 식사와 상관없이 또는 식후 30분 이내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췌장암의 경우에는 복통, 황달, 체중감소가 대표적 증상이나 1/3 정도의 환자에게서만 나타납니다. 당뇨병의 새로운 시작이 췌장암의 전구증상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소모징후, 간종대, 비장종대 또는 복수도 동반될 수 있는데 불행히도 신체검진상 췌장암의 조기 징후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 질환별 진단 검사 방법이 궁금합니다. 급성췌장염의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에서 췌장소화효소가 증가하였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혈청 아밀라아제 농도가 정상치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특징적인 복통이 있는 경우, 리파아제의 경우 증상 작 4~8시간 후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보통 24시간 후에 최고 농도에 도달하고 8~14일 후에 정상화됩니다. 또한 급성췌장염의 진단에서 리파아제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아밀라아제보다 높습니다. 복부전산화단층촬영(CT)은 급성췌장염의 진단뿐 아니라 중증도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검사로서 CT를 통하여 췌장과 주변 장기의 상태, 췌장 괴사 유무, 췌장과 후복막의 병리적 변화 유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조영제를 사용해 췌장의 미세순환을 관찰하여 췌장 괴사의 조직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서 췌장염 진단과 합병증 진단에 유용합니다. 만성췌장염의 진단을 위해서는 복부단순촬영을 통해 췌장결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복부전산화단층촬영(CT)은 췌장염에 의한 염증성 종괴와 췌장암을 감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종종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자기공명담관췌관조영술(MRCP) 및 내시경적초음파(EUS)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의 경우는 조기에 진단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당뇨가 발생하거나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6개월간 체중이 5% 정도가 빠지는 경우, CA19-9 종양표지자 검사와 함께 CT나 MRI 등과 같은 영상 촬영을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급성·만성췌장염은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인가요? 급성췌장염은 완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성췌장염은 증상 악화 시 치료는 가능하지만 이미 췌장에 발생한 석회화 및 섬유화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만성췌장염의 경우 증상은 완화할 수 있지만 치료 후에 당뇨 및 소화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급·만성췌장염의 원인은 알코올이므로 금주가 최선의 예방책입니다. 담낭과 췌장질환의 연계성도 궁금합니다. 담낭에 작은 결석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평소 담낭에 담석이 있는 경우 심한 복통 등이 발생하면 담석이 유두부로 이동하여 급성췌장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크기가 큰 담석보다 작은 담석이 있는 경우에 담석성 췌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담낭에 담석이 있는 사람은 심한 복통 등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담석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면 완치할 수 있습니다. 췌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알려주세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금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체중, 비만일 때 높게 형성된 중성지방으로 인해 간혹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체중조절 및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도움이 됩니다. 가공식품, 설탕이 든 음료, 포화지방의 섭취를 제한하고 과일, 채소, 통곡물, 기름기가 적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음주로 인한 만성췌장염은 췌장암의 발생위험이 10배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주가 최선입니다! 췌장암으로 진단받았을 때 환자와 가족의 대처법을 알려주세요. 다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마찬가지로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 역시 좌절과 분노를 표현하게 됩니다. 이때 서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경험과 감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가족들은 환자로 인해서 간병과 같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책임감도 커지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를 돌보면서 본인에게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필요시에는 휴식도 취해야 합니다. 환자도 가족들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의료기관 및 가정간호와 같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췌장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치료 과정 중 부작용이나 위험 요소를 알고 싶습니다.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힘든 암으로서 진단되었을 때는 이미 주변의 주요 장기로 침윤 및 전이가 돼서 근치(radical cure, 근본치료)적 절제가 불가능해진 상태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습니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수술 후 부작용은 췌장과 공장 문합부의 누출, 농양, 국소 복막염, 췌장염,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치적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항암제로 5-FU와 Gemcitabine(젬시타빈)이 있습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구역, 구토, 골수기능저하 등이 있습니다.
췌장암 치료의 현주소가 궁금합니다. 신약 개발과 같은 희소식은 없나요? 최근 들어서 표적치료제라는 새로운 치료 법이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표적치료제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발생하는 유전자, 수용체, 단백질 등을 선택적으로 차단해서 정상 세포에 피해가 덜 가도록 하면서 암세포만 파괴하는 치료법입니다. 현재 개발된 약제 가운데 엘로티닙(erolotinib, 타세바)은 젬시타빈과 병합 치료 시 생존 연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