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를 위한 전문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곳중앙보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다. 낯설고 두려울 수밖에 없는 임종이라는 과정을 함께 하며 통증을 줄여주고 마음의 평온을 찾아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가 있다. 중앙보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 환자의 마지막 삶의 여정을 돕는 완화의료팀을 만나본다. 왼쪽부터 이청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의, 김정란 가정형호스피스 간호사, 김원화 의료사회복지사, 김윤희 자문형호스피스 간호사 국내에서만 매년 7만 명에 가까운 말기 암 환자가 발생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가 이용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이청우 전문의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라고 하면 완화의료를 하는 전문적인 기관을 뜻합니다. 주치의로부터 말기 암으로 진단받아 여명이 6개월 미만인 환자가 통증 조절 및 증상 완화를 원할 때 이용할 수 있어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입원하게 되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루어진 완화의료 전문가가 팀을 이뤄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환자가 돌아가신 후 남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까지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입원형·가정형·자문형 등 유형별 호스피스를 운영하며 환자 사례별로 적절한 서비스를 평가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임종을 지켜본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호스피스팀으로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이청우 전문의 환자의 평생 주치의 역할을 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가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하며 포괄적으로 돌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호스피스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느끼게 되는 암성 통증을 관리하고 그밖에 오심이나 구토, 식욕부진, 복수나 변비 같은 각종 소화기 증상, 쇠약과 수면장애, 불안 및 우울감을 비롯하여 기존 만성 질병도 관리를 돕고 있죠. 어려운 점보다는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는 병과 죽음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무게를 나누고 편안함을 드린다는 보람과 사명감이 더 큰 직업이라 생각해요. 김윤희 간호사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에서 담당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면서 완화의료를 희망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담당 의사, 전담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협진 형태로 호스피스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자문형 호스피스라고 합니다. 저는 자문형호스피스 간호사로서 환자와 가족들의 요구사항과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조정과 연계를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김정란 간호사 많은 분이 말기 암 환자는 일반병동이나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병동 호스피스처럼 24시간 의료진이 함께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익숙한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죠. 저는 가정 호스피스를 전담하며 주중 1~3회 정기적 방문과 갑작스러운 상태 변화 시 응급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모든 조치는 물론, 가족들과 소통하며 심리안정에도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김원화 사회복지사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등 정기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환자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이벤트를 통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특히 중앙보훈병원에는 법당, 성당, 교회가 모두 있어 요청 시 상주하고 계신 성직자분들이 오셔서 영적 도움을 주시기도 합니다. 또한, 사별가족 모임과 상담, 편지발송 등을 통해 남은 가족의 마음을 세심하게 보듬는 등 정서적 동반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풀어야 할 호스피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습니다. 김윤희 간호사 말기 흉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분이셨는데 처음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면 손발 묶어놓고 아무 데도 못 가게 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입원치료를 거부하셨어요. 그러나 이곳에서 통증 조절이 잘 되고 말벗이 생기면서 완전히 달라지셨죠. 음악, 원예, 미술치료 등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으시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김정란 간호사 입원 후에도 통증이 잘 조절되면 가정으로 돌아가 치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간호·처치, 진료·처방이 가정에서 이뤄지며 가족 교육과 의료장비 대여도 해드리고 있어요. 집에서 임종까지 계획한 경우, 말기 암 환자라는 의사 소견서를 통해 사망 시 경차를 부르는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장례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김원화 사회복지사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2015년부터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어 5%의 비용부담으로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이청우 전문의 호스피스는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의료가 아니라 말기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전문적인 돌봄을 통해 '끝까지 잘 살기' 위한 의료라는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권역호스피스센터로서 중앙보훈병원의 역할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원화 사회복지사 우리나라는 88개의 호스피스전문기관이 10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중앙보훈병원은 서울 남부와 강원지역 12개 기관의 1권역을 담당하여 호스피스와 관련한 통합 지원·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전문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의료·연구지원, 홍보를 통해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청우 전문의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에서 통증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암 때문에 일어나는 격심한 통증인 '암성 통증'을 이해하고 통증 완화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중심 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느끼는 점, 쏟는 노력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김정란 간호사 병을 받아들이는 것도, 삶을 정리하는 방식도 환자분마다 다르기에 똑같은 호스피스란 있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가는 방식이어야 하죠. 환자들의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소중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이해와 역량이 녹아들어야 합니다. 김윤희 간호사 호스피스를 하는 의료진에게는 환자 삶의 마지막 과정이 낯선 여행이 되지 않도록 곁에서 동행하겠다는 남다른 마음이 있습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 드리려고 해요. 이청우 전문의 말기 환자의 특성상 치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분의 가치를 반영해 치료 방향을 같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얼굴을 자주 보고 대화하면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하죠. 그리고 여명에 대해서는 항상 말씀드립니다. 기대여명이 짧게 남았다는 것이 나쁜 소식만은 아니거든요. 마지막 단계에서 '지금까지 잘해 왔기에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하신 환자분이 기억나는데요, '어떻게 죽을까'에 대한 준비가 삶의 질과 맞닿아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바람을 말씀해 주신다면? 김원화 사회복지사 홍보와 교육을 통해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을 통한 자원봉사자를 양성하여 말기 환자와 가족을 지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가고 싶어요. 김윤희 간호사 호스피스는 죽기 직전에 오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너무 늦게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의식이 있을 때 저희와 함께 하며 좋은 기억과 소중한 추억을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김정란 간호사 가정형 호스피스를 통해 집에서도 평온하게 가족을 보내드릴 수 있다는 걸 많은 분이 아셨으면 해요. 전문 완화의료팀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을 준비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좀 더 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청우 전문의 행복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먼저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말기 암 환자로 규정된 완화의료의 폭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도적인 보완과 저희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 원하는 분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