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건강한 회복을 돕는 치료사대전보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지현 전문의 다른 과 진료에 비해 유독 정신건강의학과는 관련된 편견이 많다. '정신과 약은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먹는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먹기 나름이다'와 같은 정신의학적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권지현 전문의는 "이러한 편견을 걷어내는 것으 우리사회가 건강해지는 방향"이라며 "도움이 필요할 때 지체없이 방문할 것"을 당부한다. 대전보훈병원에서 10여 년간 늘 한결같이 환자들에게 귀 기울이며 마음의 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려 노력하는 그를 만났다.
"수면제만 처방해 주시면 돼요" 그럼에도 선생님은 증상이나 질병만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전체를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불면증으로 약을 처방받기 위해 오시는 고령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노인불면증은 정상적인 노화의 반응으로 보는데요, 나이가 들면 수면과 각성의 리듬이 변해 아침에 일찍 깨고 밤에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수면 효율도 감소해 깊은 잠을 못 자고 중도에 깨는 경우가 많아져요. 숙면을 위해서는 우선 낮잠을 피하고, 잠에 잠자리에 누워 10분 이상 잠이 들지 않으면 일어나서 잠이 올 때까지 잠시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늦게 잠들더라도 기상 시간은 늘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상태나 현재 앓고 있는 질환, 복용 중인 약물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고,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각종 수면장애가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사 상담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내원에서부터 자신의 얘기를 쉽게 하는 분은 없습니다. 시간과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죠.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타이밍이 있듯이, 서두르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어 치료의 단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진료 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이 불안장애를 가장 많이 앓고 있다고 한다. 은퇴, 사별,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 간의 불화 등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를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알아챌 수 있는 신호가 있을까? 불안장애 중에서도 노년층에 많이 나타나는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입니다. 걱정 때문에 몸이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두통, 흉통, 불면증. 집중력 부족, 피로감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데요, 잠을 잘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는 현상, 식욕이나 식이 패턴의 변화는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감정반응이 무뎌지거나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감정이 드러나는 등 감정반응 패턴이 변하는 것은 정신건강의 변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 및 인지행동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증상을 방치하지 마시고 꼭 내원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노인층의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에 모여서 정서적 교감과 교류를 하셨던 어르신들이 겪는 고립감과 소외감, 외로움 등은 온라인 활동이 익숙한 젊은 층과 비교해 더 큽니다. 여기에 코로나에 걸리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우울감이 심화하고 있는데요, 이럴 땐 집에만 있기보다 제한된 상태에서라도 사회활동을 하고 운동 등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가까운 사람을 만나고,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은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로 여겨지기 쉽지만, 우울증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노인 우울증은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저하되는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환자의 행동만 보고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알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하고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하여 환자를 다각도로 진단합니다. 노인성 우울증은 치료로 회복할 수 있지만, 치매는 진행되고 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조기에 감별하여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지현 전문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마음의 회복을 돕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상황과 처참한 사고현장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반인들보다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악몽이나 불면, 특정한 냄새나 장소에 반응하는 등 심리적 문제를 겪으면서도 정신과 진료 기록으로 인해 승진이나 근무평점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한 성향이기에 '증상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도 크고요. 이를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상담과 강연을 하며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이 나타날 시 자신을 자책하기보다는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여 꾸준한 치료를 통해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강도 높은 현장 활동에 임하기 위해 운동을 통해 육체의 근력을 다지듯 소방공무원분들이 상담과 치료를 통해 정신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마음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도맡았을 만큼 사람의 감정과 사고에 관심이 많았던 권지현 전문의는 의사가 되어 그 관심을 정신건강에 쏟고 있다.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선생님의 바람이다.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우울증과 불안감을 느끼는 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들 간 불화로 인해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분도 계시지만, 주변 사람에게 치료 사실을 숨기시거나 오랜 시간 참다가 증세가 악화해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살면서 수차례 감기를 앓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여러 차례 생기기 마련입니다. 무조건 참거나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