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흔적을 찾아서 (1/6)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인쇄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전북 군산
군산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시절의 오래된 사진 한 장에 나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간의 흔적을 지켜내어 깊이 숙성된 역사가 도시 전체에 흐른다.
전북 군산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철길이 골목을 대신한다. 철길 양옆으로 바짝 세워진 판잣집들과 어느 집에서 말리고 있는 고추, 옹기종기 모아놓은 장독대가 그리는 풍경은 한마디로 빈티지다. 어린 시절 먹었던 달고나와 쫀드기, 담장마다 그려진 벽화, 옛 교복 차림으로 손잡고 다니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지금이야 관광명소가 됐지만, 마을이 형성된 이유에는 아픔이 묻어난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방직공장을 세우기 위해 바다를 매립한 지역이다. 물자를 실어나르던 2.5km 철길 주위로 판잣집이 하나둘씩 모인 시기는 해방 이후. 6·25전쟁으로 오갈 데 없는 가난한 피란민들이 하루 두 번 지나가는 기차의 소음을 감내하면서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다행히 인생은 시간을 따라 흐른다. 1944년 운행을 시작한 열차는 2008년 통행을 멈췄고 수많은 관광객이 기차를 대신해 철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열차가 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동안 무사통과를 기원하던 기관사와 마을 사람들의 걱정 대신 달달한 설탕 냄새와 여행자들의 웃음소리만이 철길 위를 흐른다.
전북 군산
은파호수공원에서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다
힐링 산책로로 유명한 은파호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선 시대 '미제지'라는 이름으로 남쪽 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아 조성되었던 것이, 오늘날 물결이 아름다운 '은파'호수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8.5km의 데크를 따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벤치에 앉아 '물멍'에 잠긴 이들, 보트를 타며 호수의 정취를 만끽하는 가족들로 평화로운 풍경을 이루는 호수공원 입구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치는 현충 시설이 있다.
군산 출신 참전용사의 명단이 적힌 6·25전쟁 참전 기념비와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해 전사한 군산사범학교 학생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충혼탑 등은 평온한 풍경과 대비되는 참혹했던 전쟁의 역사를 소환한다.
6·25전쟁 당시 군산사범학교 학생 90여 명은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고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펼쳐진 기계-안강지구 전투에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다. 당시 군산사범학교 학생들은 경상남도의 한 비행장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보름간 목총 훈련을 받았고, 참전 직후에야 무기를 건네받았다고 한다. 두려움을 뒤로한 채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뛰어들었을 군산사범학교 출신 학도의용군 중 29명은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없었다. 학도의용군 전체 사망자 수는 1,976명. 군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도병이 희생된 지역으로 211명의 젊은 청년의 목숨이 전쟁에 스러졌다.
'월남참전기념탑'과 '호국무공수훈자공적비',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응 사격을 준비하던 중 포탄 파편상을 입어 전사한 고 문광욱 일병의 흉상을 만날 수 있는 은파호수공원에서 계절의 정취와 더불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의 평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전북 군산

구도심이 들려주는 군산 이야기
1990년대의 향기로 가득한 군산의 골목에 서 있으면 마치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신여성과 모던보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름다운 낭만 이전에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쓰가옥)은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농장을 운영하던 일본인이 건립한 가옥이다. 아름다운 건축 이면에 일본인이 주거지를 점령하게 되면서 토막집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 이웃들의 아픔이 깃들어 있다.
오래된 나무의 색감, 격자무늬로 만들어진 건물과 다다미방. 정갈한 정원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의 촬영지로 영화 속 분위기를 느끼고픈 관광객들의 발길과 시선을 붙든다. 그러고 보면 군산은 도시 곳곳 영화의 흔적이 가득한 영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오래전이지만 여전히 기억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두 주인공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공간인 '초원사진관'은 군산과 영화를 사람들 기억 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설레는 맘으로 이곳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초원사진관의 시간은 여전히 8월의 크리스마스다. 같은 시간을 놓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도시. 군산은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다.
전북 군산

※ 닉네임과 비밀번호 설정 후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