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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 세끼의 건강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매일 하루 세 번, 숨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하게 챙기는 끼니의 소중함은 몸이 아플 때 새삼 생각하게 된다. 맛있는 것을 잘 느끼고, 먹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신체 모든 장기가 건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끼니는 늘 건강하라고 내 몸에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 아닐까.
하루하루 끼니를 챙기며 건강을 채우는 일상을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우리 식사를 더욱 맛있게 만드는 건강 이야기를 담아본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소울 푸드
도시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김태리 분)은 불쑥 고향에 내려온다.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허기를 지울 수 없었다. 배는 불러도 마음이 고팠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 연애, 취업 등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도시에서의 일상이 버거워진 혜원은 설상가상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남자친구만 시험에 합격하자 모든 걸 뒤로 하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온다.
비어 있는 고향 집에서 혜원은 남아 있는 한 줌의 쌀로 밥을 한다. 그리고 꽁꽁 언 밭에서 배추를 뽑아 된장국을 끓인다. 밥과 된장국이 고향에서의 첫 끼였다. 두 번째 음식은 칼칼한 김치 수제비와 배추 부침개, 소박한 음식이지만 혜원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신적 허기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잘 왔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두 팔로 안아주는 친구 은숙(진기주 분)과 혼자 지내기 무서울까 봐 강아지를 내려놓고 가는 '남사친' 재하(류준열 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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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고 산다는 것의 소중함
2018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두 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판이 음식과 자연에 집중했다면, 한국판은 좀 더 스토리가 있다. 끈끈한 정과 사람, 함께 먹는 것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고단한 삶이지만, 사람 냄새가 더 진하게 난다.
혜원은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 막걸리를 빚어 마시고 팥을 삶고 호박과 시금치를 이용해 곱게 색을 낸 시루떡을 쪄서 먹는다. 봄이 오자 꽃잎이 가득한 파스타를 만들고 아카시아로 튀김도 한다. 여름에는 오이를 길고 가늘게 국수처럼 썰어 콩국에 만 오이 콩국수를 해 먹고 친구와 함께 다슬기를 잡는다. 가을에는 손질한 밤에 설탕을 넣어 밤 조림을 만들고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기도 한다. 모두 혜원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울 푸드다. 고향에 돌아온 뒤로는 더는 배고프지 않다. 곧 서울로 올라가겠다던 혜원은 그곳에서 사계절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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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영화는 한집에 함께 살진 않지만 끼니를 함께 함으로써 같이 먹는 밥의 행복을 전한다. 음식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고 서먹한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며 토라진 친구들 달래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혼밥'이 더는 새삼스러지 않은 시대, 이야기를 나눌 상대 대신 TV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는 우리에게 음식이란 결국 '영양소의 총합'을 넘어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제대로 먹는다는 것
인간은 음식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배고픔의 이유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것은 놓치고 있다. 단순히 끼니를 걸러 위가 비었을 수도 있고 위는 찼지만,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서 계속 입맛이 당길 수도 있다.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한 집착이 음식을 부르기도 한다. 그중 무엇보다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감정 상태다. 식욕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시상하부가 기분도 조절하기 때문이다. 영양부족이 치명적 수준인데도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 위가 파열될 정도로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폭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들이 그 극단적인 예다. 결국 자기 몸과 마음이 지금 무얼 바라고 있는지 잘 알아야만 오롯이 나를 위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감각이 주는 맛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시각이 아닌 오감을 쓴다. 식사 전의 소리와 풍경, 냄새와 같은 기본적인 감각뿐만이 아니다. 밥을 먹기 전 그날의 기분과 상황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험을 앞두고 소화가 안 돼 고생했던 경험, 화가 나서 속이 쓰려 식사를 못 했던 기억도 있다. 외부 조건 중에는 온도나 기압 등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비행기 기내에서 우리는 30% 이상 미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내식은 좀 더 자극적으로 요리한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군인이나 수험생들은 단것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우리가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적은 상태에서 우리 식욕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며, 지나치게 과식하거나 매운 것, 단 것, 짠 것을 멀리하도록 하는 방어 체계가 잘 가동된다.
혀끝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위로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은 자연이 자신에게 준 선물들 덕분에 허기의 근원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 각각 존재하는 음식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잔잔히 묘사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비닐에 싸인 상품에 불과했던 시들시들한 식재료들이 고향에서는 자연 속에서 생기를 뽑는다. 이를 직접 기르고 조리해 먹는 주인공 혜원은 조금씩 빛을 찾아 간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규격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옥죄던 삶에서 벗어나 음식을 통해 세상과 이어진 것이다.
무엇을 먹어야 행복한지 한번 떠올려 보자. 어머니가 어렸을 적 해주시던 간장계란밥이나 비 오는 날 먹던 수제비가 가장 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영양가 없는 분홍 소시지 부침이 최고의 반찬일 수 있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우스갯소리 뒤에는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깃든 음식을 먹고 싶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되는 드문 그 무엇, 하루 세끼는 우리에게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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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게 하는 힘, 맛의 기쁨
그렇다고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말 일이다. <주역>에도 '위장을 6할만 채우면 무병장수한다'고 했다. 자연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헬렌니어링은 그의 책 <소박한 밥상>에서 오직 채소와 과일로 차린 소박한 밥상 이야기를 간단한 레시피로 풀어내는데, 모든 조리법이 너무 간단하다. 제철 맞아 세상에 나온 간단한 재료로 초보도 금세 따라할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 음식을 만든다. 양은 최소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것이 유일한 비법이다. 그는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다.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고 했다.
오늘도 우리는 한 끼의 음식을 먹는다. 음식에 어느 만큼의 분량을 할애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이왕이면 순간적으로 혀끝을 즐겁게 하는 맛 대신, 심신 모두에 힘을 불어넣어 줄 진짜 음식을 찾아보다. 감사히 먹고, 즐겁게 먹으며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운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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