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 대신 '인술'을, 수술보다 '의술'을 고민하는 의사광주보훈병원 정형외과 심대무 전문의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자세가 나빠져 이른 나이부터 척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허리에 디스크나 협착이 생기면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술 부담이 줄어들고 만족도가 높으며 방법과 원리가 다양해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척추 통증을 잡아주는 비수술적 치료의 개척자이면서 우리나라 척추질환 명의로 손꼽히는 심대무 전문의를 광주보훈병원 정형외과에서 만났다.
"제가 수술할 형편이 안 되는데, 어떻게 나을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의 심대무 선생님을 있게 한 말이다. EBS <명의: 척추주사로 치료>, <생로병사의 비밀: 척추수술, 꼭 해야 하나?> 등 많은 방송에서 선생님은 최대한 수술하지 않고 척추 통증을 경감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제가 정형외과를 시작할 무렵은 사고로 인한 골절 환자가 대부분이었어요. 기구를 삽입해 뼈를 고정하는 신기술이 한창 보급되던 시기였고 저도 흐름에 발맞춰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수술법을 배우고 외국 연수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원광대 교수로 발령받아 환자를 보는데, 시골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았죠. 그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허리 수술 안 하고 낫게 해달라'는 거였어요. 이미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음에도 형편이 안 돼 저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정을 뻔히 알다 보니 수술은커녕 MRI 찍어보자는 말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 일이 쌓이면서 비수술적 치료를 본격적으로 연구해보자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소위 유명한 의사, 돈 잘 버는 의사가 되는 길과는 정반대로 간 거죠. 그것이 오히려 주목을 받았고 제 치료 방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다행히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높았고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 것이 학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죠. 무엇보다 환자의 상황과 처치를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선생님을 찾는 허리디스크와 협착증 환자는 더욱 많아졌다. 대부분 '수술을 원치 않는' 환자다. 그러나 선생님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증상이 있다"고 말한다. 먼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비슷해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 자극으로 인해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같지만, 치료법과 예후가 다르므로 각각의 질환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죠. 디스크 질환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여러 원인으로 손상되어 발생합니다. 부족한 운동량 등 생활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죠. 척추관협착증은 50대~80대 고령자일수록 많이 나타나는데,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아프고 저려서 잠시 쉬어야 하고 앉아서 쉬거나 누워있으면 통증이 완화되거나 없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주 요통이 재발하고 충분히 쉬어주었음에도 계속 허리가 아픈 경우, 허리 통증이 심해져 발가락이나 발목에 마비가 생길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수술 여부'와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디스크는 '신경마비'가 있으면 즉시 수술을 해야 하고, 척추관협착증은 '잘 걷지 못할 때'까지 기다려서 수술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척추질환 환자분들 중에는 수술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수술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도 척추 현미경 수술을 받았고 빠른 회복과 이후 건강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내 가족이고, 나라면 어떻게 치료할까? 선생님은 자신이 전공하는 질환을 직접 겪어 환자들의 고통과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형외과 의사지만 저도 척추 여러 마디가 고장이 났어요. 허리디스크 수술, 척추관협착증 수술 모두 받아봤죠. 협착증 수술을 받기 전에는 제 사진과 증상을 척추 전공 선생님 20명에게 보내 의견을 물었는데 수술 여부와 치료법 등에 대해 각기 다른 답을 주시더군요. 사진 판독만으로는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다른 질환과 달리 척추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몸이 노화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완화되기도 하는데요, 그것이 치료로 좋아진 건지 감기가 낫듯 저절로 회복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척추관협착증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에 하는 것이 좋지만, 보행이 불가능하고 증상을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심할 대 수술을 권유합니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통증은 없는데 다리가 아프고 당겨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다리가 아픈데 통증은 없다니요. 이렇듯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와 범위가 다 다릅니다. 그러므로 치료법을 결정할 땐 환자가 느끼는 증상, 나이, 생활방식 등을 충분히 파악해 의사로서의 견해를 말씀드린 뒤, 환자가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행합니다. 의사 대 환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대면하며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으려고 해요. 환자와 인간적인 공감대 없이 의학적 소견만으로는 건강도, 치료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잃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마주하는 일은 매번 안타깝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앞으로 유병률이 더욱 증가하게 될 척추질환. 선생님은 '허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꾸준한 건강관리를 당부한다. 살이 찔수록 허리는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은 젊었을 때 비해 근육량이 줄어 척추를 지탱하는 근력이 약화되는데, 척추를 지탱하는 힘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만까지 있으면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들에게 무조건 하루 3번 몸무게를 재고, 달력에 기록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체중에 관심을 갖게 되면 먹는 것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평소 허리나 목에 통증을 느끼지 않아도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근력과 유연성에 좋은 스트레칭 방법을 프린트로 나눠드리며 짬짬이 따라하실 것을 당부드리는데요, 20분 정도 빠르게 걷거나 가벼운 조깅으로 체온을 충분히 올린 후 실시하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저도 많이 걷고, 활동적인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와 건강관리를 합니다. 저희 집안 가계도를 보면 저 말고도 대부분 허리질환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나 선천적으로 약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운동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고, 꾸준하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명의>를 보지 않았더라도 환자들에게나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 그는 '좋은 의사'로 통한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평생 노력하는 의사. 그가 있어 광주보훈병원이 든든하다. '어떤 진단을 받을까' 걱정하는 환자에게 "나쁜 병은 아닙니다"라고 하면 반이 낫습니다. 불안한 환자를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것도 응당 의사가 해야 할 역할이죠. 저는 특별하게 베푸는 이가 아니라, 받은 것을 돌려주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기까지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으니 받은 축복을 다시 전해 드려야죠. 지난 1년간 광주보훈병원에서 좋은 의료진과 최첨단 장비, 친절한 직원들과 함께했습니다. 의료의 질에 물음표 없이 찾아오셔도 좋겠습니다. 아플 때 기댈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병원, 든든한 주치의가 되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