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보훈병원 재활의학과가 연면적 7,466m2,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재활센터’로 새롭게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확장된 공간과 최첨단 시설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재활 치료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보훈병원을 찾아 ‘재활치료’라는 가장 희망적인 의료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났다.
우리나라의 재활의학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50년 6.25전쟁으로 발생한 많은 장애인, 특히 절단 장애인을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된 재활의학은 이후 뇌졸중 환자, 뇌성마비 환아, 척추손상 환자와 같이 질병과 손상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환자를 위한 재활치료로 발달했다.
재활의학의 목적은 환자의 건강과 기능을 최선의 상태로 회복시켜 최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질병의 상태에 주안점을 두는 다른 의학과는 달리 질병 혹은 손상, 치료 후의 기능 저하, 비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에도 역점을 두고 기능 회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첨단 장비를 도입한 맞춤형 전문재활 서비스 재활의학은 질병뿐 아니라 '기능'이라는 측면을 담당하는 의학이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발전하고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그 필요성과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삶의 질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통증으로 인한 기능 저하, 암 치료 이후의 기능 저하 등에 대한 재활치료가 발달했고 최근에는 심장질환, 호흡질환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위한 재활치료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오랜 기간 국가유공자 환자와 지역주민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힘써온 송양주 부장(사진)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재활센터 운영에 대한 게획들로 누구보다 바쁘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다.
“재활은 소아재활부터 노인재활까지 전 연령대를 포함하며 몸의 한 곳이 아니라 신체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갖춰 환자의 기능 저하를 평가하고 맞춤 재활치료를 시행해 회복을 극대화하는 치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마비와 균형감 저하로 보행이 어려웠던 환자에게는‘로봇보행 재활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보행 패턴을 경험하게 하거나, 상지 운동을 자동화해 보조함으로써 뇌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비침습적 자기를 이용한 경두개 자기자극치료는 운동 및 인지, 언어, 삼킴기능 등의 회복을 돕는다.
허혈성 심질환이나 심부전 환자를 위한 ‘심장재활’, 언어장애로 인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언어 치료’, 장기간의 치료로 인한 환자와 보호자의 심적 어려움을 진단하고 치료 지속을 위한 ‘심리상담프로그램’,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호흡이 어려워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치료프로그램’ 등을 계획 중이다.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향해 재활의학은 ‘사람’과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 기능이 저하된 사람을 대상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 최대한 기능을 증진하는 의학 분야다. 환자가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물론, 어떤 질환이든 그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기 위해 돕는 것이 재활의학인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환자의 극복 의지다. 재활의학에서는 환자가 의지를 갖고 재활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함께 길러 간다고 할 수 있다.
김승현 물리치료사(이하 치료사)는 지난 30년간 부산 보훈병원에서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만나 회복을 도운 베테랑 치료사다. “마음까지 재활해야 진짜 성공한 치료”라고 말하는 김승현 치료사. 그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재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던 25년 전, 군대에서 사고로 경추손상을 입고 사지마비로 찾아온 스물두 살 젊은 청년이 있었어요. 삶에 의욕을 잃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청년에게 치료를 강요하기보다는 그와 비슷한 케이스의 사람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조금씩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일상에서 운동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청년이 휠체어에 앉아 탁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 그 세월은 김승현 치료사에게도 땀과 눈물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처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팔을 사용해 운동하기까지는 실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손상된 운동신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마비된 신체 부위를 움직여 손상된 뇌를 꾸준히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활의학과 의료진들은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마음 쓴다. 때로는 쓰게, 때로는 부드러운 말로 환자를 일으키며 재활이란 긴 여정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한다. “좋아질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좀 더 힘내세요”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이 말 한마디가 환자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환자를 위한 팀워크 고령 환자가 많은 보훈병원의 특성상 뇌졸중이나 뇌 손상 혹은 고엽제 후유증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마비가 온 환자가 많다. 이 중 불가피하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환자도 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활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언제쯤 낫습니까? 어느 정도 치료받으면 되나요?” 재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여기에 송양주 부장은 사람마다 다른 접근을 강조한다.
“20대 남성은 직장 복귀와 일상에서의 운동 등을 목표로 하지만, 어르신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죠."
환자의 나이와 직업, 경제적 환경, 보호자의 지지여부 등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로 재활 치료의 기본인 것이다.
성취감과 동기부여를 위해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단기 목표와 장기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재활의학과 의사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다각적 협력체를 통해 포괄적으로 평가와 목표설정, 재활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병원과 환자 간 긴밀한 연결로 재활치료가 원활히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재활의학과의 역할 중 하나다. 환자 퇴원 후 가정에서의 생활이 원활하도록 재활의학과와 연계한 부서 등과 협의해 폴대 설치, 화장실 수리 등 가정환경을 개조하거나 가정에서의 활동에 대해 교육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장기간 원활한 재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지지”라고 당부하는 송양주 부장. 부산보훈병원 재활센터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환자들 곁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