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입니다!” 기묘한 인연으로 얽힌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대사다. 극에 속도감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장치로 이용되는 질병 ‘결핵’과 중화권 스타인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여주인공이 앓고 있던 병 ‘천식’. 이 두 가지 만성 호흡기질환을 <문화 속 건강읽기>를 통해 흥미 있게 알아본다. 먼저 영화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희비극 영화다.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작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등 국내외에서 무려 250여 개의 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로 기록되었다. "요즘도 결핵 있는 사람이 있어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중간에 기립박수에 견줄 만한 박수갈채가 터진 장면이 있다. 바로 기택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가 쓰레기통에서 핫소스를 뿌린 휴지를 집어 드는 장면인데, 기침이 심한 문광의 상태를 집 안주인인 연교가 결핵으로 인한 객혈로 알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결핵균이 체내에서 증식해서 오래되면 기침할 때 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기택 가족의 전략대로 가정부 문광은 결핵 환자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해고당하게 된다.
에이, 설마요”, “요즘도 결핵 있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연교처럼 결핵을 과거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WHO 보고에 의하면 아직도 연간 15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약 1,000만 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한다. 게다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에 결핵 환자가 가장 많다”는 기택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국내 결핵 발생의 특징은 노인 결핵 환자의 증가에 있다. 65세 이상 노인 결핵 환자의 2/3 이상은 과거에 감염된 잠복 결핵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증식하고 건강한 폐를 손상시킨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주로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발병한다고 해서 흔히 ‘후진국 병’이라 불린다. ‘부잣집에 사는 데다 통통하고 밥도 두 그릇씩 먹는’ 문광은 영화나 책에서 ‘마르고 안색이 창백한’ 인물로 그려지는 전형적인 결핵 환자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 결핵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 2주 이상의 기침, 가래, 흉통, 피로감, 식욕감소, 체중감소, 식은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결핵이 의심되어 내원하면 가장 먼저 과거나 최근에 결핵 환자와 접촉했는지를 확인한다. 그 후 흉부 X선 검사를 받고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면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인지 확인하기 위한 결핵균 가래 검사를 진행하고, 결핵균이 확인되면 결핵 표준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빠른 검사를 통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아직 척결되지 않은 질병, 결핵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감염병이다. 기택도 연교에게 “애들도 있는 집에 결핵 환자가 있어서 되겠냐?”며 결핵의 전염성에 대해 겁을 준다. 기택이 결핵 환자가 기침한 휴지를 만졌다고 생각해서 그가 악수를 청하자 “손 씻으셨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주변의 폐결핵 환자로 인해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결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100명이 결핵균에 감염된다면 10명 정도가 결핵으로 진행되는데, 이중 절반이 2년 이내 발생하고 나머지 반은 평생에 걸쳐서 느리게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HIV 감염증 환자,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은 활동성 결핵에 진행될 확률이 약 20배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 결핵은 감염력이 높지만 진행되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평소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과음이나 과로로 인한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몸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식 환자의 숨 막히는 일상 천식은 호흡곤란이나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반복적이고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통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합쳐져 발생하며 환자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어릴 때 천식을 앓았지만, 자라면서 증상이 사라졌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겪는 이들도 있다. ‘첫사랑 영화’로도 많이 소개되는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도 천식 환자의 고달픈 일상이 잘 나타난다. 2007년 개봉한 이 영화는 대만의 만능 엔터테이너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으로 각본, 연출, 연기와 음악까지 1인 4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당시 20대에 불과했던 그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아준 작품이다. 올해 도경수, 원진아 배우 주연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 개봉될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피아노 천재 상륜(주걸륜 분)과 비밀을 간직한 소녀 샤오위(계륜미 분)의 시공간을 초월한 로맨스를 그린다.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온 상륜은 신비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연습실에서 샤오위를 만나고, 음악 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애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천식을 앓아 온 샤오위는 천식 증상이 심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고, 어느 날 다른 여학생으로 인해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 '말해야 하는' 천식 이야기 천식 환자들은 영화 속 샤오위처럼 증상이 심해지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기에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장진순 중앙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천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원인 물질과 악화 요인이 있다”며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알레르겐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이나 비듬, 식품, 약물 등이며, 대표적인 악화 요인은 감기, 담배 연기, 황사와 같은 대기오염, 그리고 운동 등 신체적 활동 등이 있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두 주인공이 바다를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른 후, 샤오위가 숨을 몰아쉬며 자신에게 천식이 있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샤오위가 천식으로 힘들어하자 상륜은 아버지가 천식에 좋다고 일러준 ‘사과’를 한가득 사 오기도 한다. 실제로 사과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가 항산화, 항염 작용이 있어 천식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이나 기관지 확장제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상에서 천식을 악화하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천식 치료는 마라톤과 같다”고 말한다. 자신을 믿고 꾸준하게 관리해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