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밤,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면 군밤 장수의 손수레에서 토실토실 노란 속살을 드러내고 행인을 유혹하는 군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근하는 아버지 손에 들려, 데이트하는 연인의 손에 들려, 많은 이에게 겨울밤 추억을 한가득 안겨준 정겨운 간식이었죠. 이번 겨울, 포슬포슬 군밤의 매력을 재확인하고 군밤 홈파티, 어떨까요? 군밤은 숯검정 묻히고 먹어야 제맛! 따끈따끈 고소하고 맛있는 군밤의 계절이 왔습니다. 지금은 비록 길거리표 군밤을 예전처럼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만 군밤은 군고구마와 같이 겨울철 대표 간식이었습니다. 숯불에서 타닥타닥 그을려 새카맣게 탄 껍질을 까서 소담스럽게 드러난 노란 속살을 한입에 쏙 털어먹으면 포슬포슬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에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앉아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숯검정이 묻어 ‘하하호호’ 웃음이 터지곤 했죠. 그래서 겨울 낭만의 추억을 떠올릴 때 군밤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5대 영양소 고루 갖춘 완전영양식품 동의보감에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밤을 ‘기운을 북돋아 주고, 위와 장을 든든하게 해주며 배고프지 않게 해준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배탈과 설사가 심할 때도 군밤을 씹어먹으면 효험이 있고, 소화가 잘 안되고 묽은 변을 자주 볼 때도 밤을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천연 지사제인 셈입니다. 신장을 보하고 이뇨작용을 좋게 해,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해 하복부 팽만감이 있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도 도움을 줍니다. 멀미에도 좋은 천연 멀미약입니다. 멀미는 인체의 평형감각이 배나 자동차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럴 때 생밤을 네다섯 개 준비해 오랫동안 씹어 먹으면 메스꺼움이나 구토증 등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영양학적으로도 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완전 영양식품’으로 불립니다. 특히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소와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에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돼 성장기 아이들과 노년층에도 매우 좋습니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만성질환이나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폴리페놀이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면역력을 강화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기도 합니다. 또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풍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비타민 B군과 칼륨이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계 건강을 촉진해 인지력과 기억력,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밤 폭탄’ 피하려면 반드시 칼집을! 맛도 좋고 영양가도 뛰어난 밤! 추운 겨울밤 오순도순 모여앉아 군밤 파티 어떨까요? 캠핑장이나 집 마당에 장작을 피우고 석쇠망에 올려 타닥타닥 굽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집안에서 에어프라이기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시중에 군밤용 밤에 칼집까지 넣어 바로 구울 수 있게 판매하는 상품도 많으니 도전해 보세요. 만약 칼집을 넣지 않은 밤을 샀다면 반드시 불에 굽기 전에 열십자나 긴 일자 모양의 칼집을 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밤 폭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180~200℃ 온도에서 15~20분 정도 구운 후 상태를 보면서 시간을 가감하면 됩니다. 석쇠에 올려 직화 군밤을 즐기고자 한다면 껍질이 새카맣게 탈 정도로 구워야만 속껍질까지 같이 타면서 숯불의향을 머금은 군밤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