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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감기>,<컨테이션>감염병 영화 속 현실 공포 체험
감염병 영화 속 현실 공포 체험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곳곳이 여름철 감염병으로 몸살이다. 유럽은 뎅기열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고
우리나라는 말라리아 환자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감염병! 원인이나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의 두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연가시>, <감기>, <컨테이젼>등 감염병 관련 영화를 통해 현실적이어서 더 무서운 공포를 만나보자.

어느 날 한강 위로 떠오른 시체들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뼈와 살가죽만 남은 괴기한 시체들,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에서 그 수가 늘기 시작한다. 보건당국에서는 아직 그들의 죽음과 시체의 괴기한 형상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다. 그나마 짐작하는 건 슈퍼박테리아나 신종플루보다 ‘더 강력한 무엇’이라는 것뿐. 또 하나, 사망자들이 죽기 전 몇 개월 전부터 식욕이 과도할 정도로 왕성했는데 섭취량에 비해 체중은 비정상적으로 늘지 않았다는 것과 사망 2~3일 전부터는 급격한 식욕부진과 극심한
목마름 증세를 보였다는 것. 보건당국이 헤매는 사이 대한민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증상자와
사망자들로 대혼란에 빠진다. 영화 <연가시>(2012)는 화학박사 출신 제약사 영업사원인 임재혁과 그의 동생인 경찰 임재필을 통해 감염병의 원인과 음모를 파헤쳐 나가는 재난 공포 영화다.

# 변종 기생충의 ‘발칙한’ 인간 습격
드디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죽음의 원인이 밝혀졌다. ‘변종 연가시’. 실존하는 연가시는 물속이나 육상에 사는 ‘곤충’을 숙주로 하는 기생충이다. 육상 곤충을 숙주로 한 경우 특정한 시기가 되면 숙주를 물가로 유도한 후 몸에서 나와 물로 들어가 알을 낳는 특성이 있다. 영화 속 연가시는 ‘사람’을 숙주로 삼은 변종! 물속에 유충으로 있다가 사람들이 물놀이할 때 항문이나 입을 통해 들어간 후 성충이 될 때까지 기생한다. 기생충 약으로도 제거할 수 없게 사람의 장기에 딱 붙어 영양을 공급받다가 산란기가 다가오면 인간의 뇌를 조정해 물로 뛰어들게 만든다. 이후 장기처럼 붙어있던 연가시가 밖으로 나오면서 인간은 급작스러운 영양실조 증상 때문에 괴이한 모습의 시체가 되는 것. 연가시는 그 물에서 종족을 번식한다…. 인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발칙한 수법이다. <연가시>는 2012년에 제작됐지만 사스(2002)와 신종플루(2009), 메르스(2015), 코로나19(2019) 등을 겪으며 감염병 팬데믹을 경험한 우리에게 그때의 공포를 상기시킨다. 더구나 여름에 강가나 하천에서 가족과 즐긴 물놀이 때문에 온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힘든 일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들의 변종이 또 한 번의 팬데믹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기에 영화 <연가시>는 두렵다.

감염병 영화 속 현실 공포 체험<연가시>(2012)

# 바이러스를 대하는 자세...
실제로 사람을 숙주로 하는 기생충은 사람의 장기는 물론 혈액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감염되면 우리 몸의 영양분과 혈액을 빼앗길 수 있고 기생충이 배출하는 독소와 노폐물로 인해 염증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주요 장기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무시하기도 힘들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위생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기생충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선회, 육회 등 날로 먹는 음식을 여전히 즐기고 있고, 유기농 채소, 수입 식품, 반려동물들로부터도 기생충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을 깨끗이 씻고 과일과 채소는 먹기 전에 여러 번 흐르는 물에 헹궈 먹는 등, 모든 병의 근본 예방법인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여행지 등에서 오염 우려가 있는 물은 마시지 말고 생수를 마시고, 기생충에 오염될 수 있는 호수나 강에서는 수영을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영화처럼 변종이 발생한다면 이런 예방수칙이 다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다행인 건 곤충만을 숙주로 하는 연가시가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기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니 다소 안심해도 될 것 같다.

감염병 영화 속 현실 공포 체험<감기>(2013)

# 영화가 현실이 된다면…
그러나! 영화 <감기>(2013)와 <컨테이젼>(2011)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충분히 걱정하고 고심해 철저히 준비할 것을 경고한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지만 두 영화에서는 스치기만 한 인연 때문에, 이유도 모르고 죽음을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감기>는 홍콩을 통해 들어온 밀입국 노동자로부터 시작된 치사율 100%의 감염병 공포를 다룬 영화다.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치사율 100%의 H5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확산을 소재로 했다.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하 조류인플루엔자)는 실존하는 바이러스지만 사람 간 전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 간에 매우 빠르게 전파되며 감염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이 소재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어 우리 곁에 와있다. 영화처럼 사람 간 감염으로 100%의 치사율을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이미 사람이 가축으로부터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초부터 지난 4월 초까지 세계 23개국에서 889건의 인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발생했고 그중 463명이 사망해 52%의 치명률을 보인다. WHO는 그동안 가축 간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 속도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것이 사람에게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형태로 변이됐을 때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경고해 왔다. 최근 한 외신은 전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으로까지 번지면서 미국, 유럽 등 각국이 백신을 비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도 전했다.
감염병 영화 속 현실 공포 체험<컨테이젼>(2011)
아직 사람 간에 전염이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가능성에 대한 미래 공포를 더 키운다. 만약 조류인플루엔자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 간에 빠른 감염이 이뤄진다면 영화 <감기> 속의 불안한 사람들의 폭동, 국가 재난사태 발령, 감염도시 폐쇄와 같은 대혼란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가 바이러스의 변이를 감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미세하지만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의 고도의 심리전!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깊숙하게 진행 중인 듯 보인다.
#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
영화 <컨테이젼>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무서운 전염속도를 가진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가 극심한 감기 증상을 보이다 발작을 일으킨 후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데서 시작한다. 남편 토마스가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아들마저 같은 증상으로 숨을
거두고 곧 세계 각국에서 의문의 죽음이 이어진다. 모두 심한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것 외에는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 바이러스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전문가가 발원지로 지목된 홍콩으로 투입된다. 잔잔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인상 깊은 영화다. 바이러스의 정체는 박쥐와 돼지의 병균이 결합한 변종, 세포와 바이러스가 톱니처럼 결합해 빠른 변이 속도를 보이며 증가한다.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잡았던 버스 손잡이, 유리잔, 피부 접촉 등을 통해 홍콩에서 미국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간다. 편리한 교통수단과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 21세기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순식간에 전 세계를 정복하는지…, 섬뜩할 정도다. 영화는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다행히 영화에서는 백신 개발에 성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이미 경험한, 앞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치명적이고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미래의 변종 바이러스’에 우리는 현실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 영화는 에필로그를 통해 깊은 오지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동으로 서식지를 잃은 생물이 어떻게 인간에게 오는지를 잔잔히 보여준다. 결국 이 모든 감염병 영화 속 대혼란의 원인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나비효과, 자업자득인 셈이라고. 더 무덥고 습한 이번 여름!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진 않지만, 더 무서운 현실 공포를 체험하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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