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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의사인천보훈병원 응급실 서제호 전문의
생명이 위태로운, 촌각을 다투는 순간이 전쟁터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병원 응급실에서는 24시간 하루하루가 전쟁의 최전선을 방불케 한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제호 전문의를 만났다.

인천보훈병원 응급실 서제호 전문의서제호 인천보훈병원 응급실 전문의
대학에서 가정의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찰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를 거쳐 현재 인천보훈병원 응급실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천보훈병원 응급실은 지난해 7월 개소한 이후 지역 내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담의사 1명과 10명의 간호사가 교대근무하며, 환자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한다. 불확실하고 혼잡한 응급상황에서 이곳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의사, 바로 서제호 전문의다.
응급의학과는 치료가 시급한 응급 질환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
주된 역할입니다. 많이 아프다고 무조건 응급 질환이 되는 건 아닌데요. 혈압이 떨어지거나 산소 포화도가 낮은 경우, 또 환자 의식이 저하되어 있거나 급성으로 보이는 외상이 있는 경우면 일단 ‘응급’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응급실에서는 죽어가는 환자를 시급히 살리기도 하지만, 환자를 조기에 검사하고 어느 진료과에서 치료받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즉 환자를 분류하는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요. 만약 외상으로 응급환자가 이송됐는데, 뼈가 부러져 있고 내장도 파열돼 있고 머리에 뇌출혈도 있다고 하면 어디를 먼저 볼 건지 결정하는 게 급선무죠. 이렇듯 환자의 전체 치료 계획을 결정하고 각 진료과와 협진을
통해 치료 과정을 조율하는 일들을 응급의학과에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 기저질환을 지닌 고령 환자의 경우 임상적 증상이 교과서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고령 환자 비중이 높은 보훈병원 특성상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최근에는 열이나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은 전혀 없었고, 좌측 고관절 통증과 식이량 저하만을 호소하여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분이 있으셨는데, 검사해 보니 폐렴으로 진단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의 증상에 대한
문진과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통상적인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요. 특히,
고령의 환자는 신장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거나, 다른 기저질환으로 다양한 약을 투약하고 있기에
약물 간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환자의 기저질환과 전신 상태를 고려하여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용량을 감량하여 사용해야 하거나, 아예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치료해야 하기도 하지요. 본원 응급실에서는 되도록 부작용이 적은 약물들로 치료하며, 내과계 환자들의 경우 신장 기능과 간 기능에 대한 검사를 대부분 시행하여 약물 과용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는 생명이 위급하거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빠른 대처가 어느 진료과보다 중요하지만, 환자가 빠르게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더 없는 기쁨이다.

당장 처치가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질 수 있는 질환을 놓치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당 증상을 보이는 질환만 처치하는 것이 아닌, 진단하지 못했을 때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에 대한 검사들을 함께 시행하지요. 예를 들어 최근 본원 응급실에는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형태의 어지럼증인 현훈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현훈의 주된 원인은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과 같은 귀의 전정기관 이상인데, 간혹 소뇌 경색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귀의 전정기관 이상에 의한 경우는 즉각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실되는
경우가 많지만, 소뇌 경색에 의한 경우는 뇌경색이 더 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힐 수 있기에, 뇌 분산강조 MRI와 같은 검사들을 추가로 시행하게 됩니다.
또한 환자가 불필요한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응급실의 경우 환자에게 즉각적인 치료를 하는데요, 그에 따른 반응을 함께 관찰하며 검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증 조절에 대한 반응 정도를 진단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응급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다. 응급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환자를 선별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그래야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고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응급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응급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대상은 당장 무엇을 하지 않을 때 환자들의 삶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질환들입니다. 급성 흉통, 급성 신경학적 장애, 급성 외상, 급성 복증, 의식 수준의 갑작스러운 변화, 화상 등이 이에 해당하게 되지요. 그러나 증상이 발생한 지 3~4개월이 지난 환자들이 외래에서 질환을 추적관리 하고 있으면서도 추가적인 검사를 요구하거나, 본원 외래 대기 2~3일을 기다릴 수 없다며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과상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한 달간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라며 입원시켜 달라고 하는 분도 계시죠.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게 환자들을 잘 설득하는 기술이 필요함을 매번 배우고 있습니다.
인천보훈병원 응급실 서제호 전문의

응급실은 촌각을 다투는 치열한 현장이기 때문에 평소 올바르게 이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응급실 재이송, ‘응급실 뺑뺑이’도 알고 보면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본원 응급실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아닌 그보다 규모가 작은 ‘응급진료소’로서, 119 구급대 이송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병원입니다. 응급실에서의 환자 수용 여부는 각 병원의 시설 규모와 여건에
따라서 적극적인 입원 치료까지 100% 담보가 될 때 결정되는데요. 보훈 혜택을 보는 많은 환자의
경우, 응급상황이라도 무조건 현재 기저질환에 대해 추적관리 하는 병원으로 내원하려 하세요. 본원
응급실 내원 후에 타 원으로 이동하게 되면 정확한 처치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고, 전원 후 재검사비에 대한 부담, 응급실에서 응급실 간의 이동을 위한 사설 구급차 이용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응급실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우선은 119 구급대가 이송하는 병원으로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 후 본원으로의 전원 절차를 밟는 것이 환자분께서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옳은 방법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응급실 이용에 대한 국민적인 홍보와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부족한 ‘광역응급의료센터’가 확충되면 응급의료 체제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천보훈병원 응급실 서제호 전문의

응급의학은 넓은 범위의 질환에 대해 진단하고 전문과 진료에서 환자가 더 좋은 치료를 받도록 돕는 의학 분야다. 방대한 의학 지식을 다루기에 그만한 노력과 실력이 필요하다.
응급의학에서는 우선, 수많은 질환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정확한 치료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환자가 말하지 않는 증상이나 과거력 등을 환자의 문진과 신체 진찰 과정에서 눈치채고
의심하여, 추가로 진단해 낼 수 있는 관찰력이 중요하지요. 세 번째는 여러 환자를 동시에 진료해야
하므로 멀티 태스킹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것들을 모두 시행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어떤 환자가 오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실력’ 좋은 응급의학과 의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친절보다는 ‘실력’으로 보훈 환자분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보내실 수 있는데 기여하는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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