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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프로젝트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박세관 대전보훈병원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사
(24년 차 과장. 1997년 10월 1일 입사 )
이상권 대전보훈병원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사
(7년 차 사원. 2014년 9월 1일 입사)

‘요즘 애들’이란 표현은 대개 부정적이다. 젊은 친구의 행동이 무언가 못마땅할 때 통용되던 ‘요즘 애들’이란 말의 분위기가 요즘은 달라졌다. 좀 더 재미있게 인생을 즐기고, 거기다 효율성까지 갖춘 ‘요즘 애들 따라잡기’로 살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대전보훈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젊은 세대의 개성을 존중하며 의견에 귀 기울이는 상사와 베테랑의 관록을 배우고자 하는 후배를 만났다.

라떼는 말이야

586세대 과장 VS MZ세대 사원
#7년을 만났죠
박 과장: 처음 섭외 받고 조금 당황스러웠어. 난 권위 있는 상사라기보다 파트너로서 젊은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내 나이가 벌써?’라는 자각이 들더라고.
이 사원: 사실 과장님은 7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모습이 거의 같으세요. 첫인상은 ‘형님뻘’인 줄 알았는데 스무 살 차이가 난다는 걸 알고 무척 놀랐죠.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돼 입사했는데, 출근날 ‘순한’ 인상의 과장님이 웃으며 맞아 주셔서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나요.
박 과장: 이 선생은 처음처럼 지금도 조용하고 매사 조심스러운 것 같아. 어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고 배려를 많이 해준다는 느낌이지. 신세대답게 정보 습득력과 실행력이 좋아서 내가 미처 못 따라가는 부분들도 잘 챙겨 주고 있고. 인터넷으로 확인해야 하는 공지들도 종종 잊을 때가 있거든. 기억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요즘, 믿고 의지하는 후배라 고맙게 생각해.

라떼는 말이야

#신입과 꼰대 사이 ‘낀대’
박 과장: ‘꼰대’라는 말은 학생 때 친구들이 많이 썼던 생각이 나. 나는 성격상 그런 말을 쓸 엄두도 못 냈어. 부모님이 워낙 엄하셨고, ‘순종’이 미덕이었던 시대에 잘 따랐던 거지. 직장에서도 윗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의 틀이 강해서인지 꼰대 상사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었어. 그런데 이번에 퍼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 ‘내가 꼰대가 된 건 아닌가?’ 하하. 이 선생이 생각하는 꼰대 상사의 모습은 어떤 거야?
이 사원: 문제를 바라볼 때 현 상황보다는 ‘예전에는 이렇게 했으니까 지금도 이래야 한다’라거나 ‘예전엔 더 힘들었는데 지금은 별거 아니다’ 식의 논리가 젊은 세대는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박 과장: 맞아. ‘나 때는 말이야~’는 나도 오랫동안 선배들에게 들어온 얘기인데, 어느 순간 나도 사용하게 되더라고. ‘지금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자’는 뜻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생각을 강요하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서 ‘꼰대’로 발전(?)하기 전에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지. 파릇파릇했던 20대 신입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낀대’가 된 것 같으니 세월이 참 빨라!

라떼는 말이야1997년 개원 기념 촬영. 원장님과 재활의학과 동료들
충청도 과장 VS 경상도 사원

#충청도 적응기
이 사원: 참견과 훈수는 쉬워도 상대를 진정 위하는 공감과 위로는 어렵잖아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과장님은 누구보다도 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분이라 할 수 있어요.
박 과장: 그렇다면 그건 진심으로 내가 젊은 후배 선생님들에게 보고 배우는 모습이 많기 때문이야. 생각지 못한 ‘스마트한 의견’을 얘기하고, 일 처리가 깔끔하지.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자세나 마인드, 말하는 태도 모든 것이 훌륭해. 이 선생도 일하는 걸 보면 정말 잔소리할 게 없어.
이 사원: 이렇게 앞에서 칭찬해 주신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웃음)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입사 초기에는 과장님이 말씀하시는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어요. 집에 가서 ‘아, 그게 지적이었구나’라고 ‘뜨끔’할 때가 있었죠. 나중에야 그게 충청도 화법의 특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겨?
박 과장: 하하. 나는 순도 100% 충청도야. 내가 만약 ‘그러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건 엄청나게 강한 표현으로 거의 써 본 적도 없어. 내가 생각해도 싫고 좋음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향이 있지.
이 사원: 사실 저는 직설적인 편이에요. 처음 대전에 와서 표현과 주장이 강한 제 식대로 말하면 다들 놀라시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분위기에 맞춰서 생활하다 보니 달라졌죠. 고향이 경남 진주인데, 집에 내려가면 ‘성격이 변했다’는 말도 듣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줄이고 표현을 조심하려고 하는데 그걸 과장님께서 신중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지금도 말할 땐 약간 긴장이 됩니다.
박 과장: 아~ 그랬구나! 이 선생이 말주변이 없다니 놀랍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었다니 대단하다. 혹시 다른 어려움은 없어? 객지 생활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사원: 본가에는 일 년에 한두 번 내려가지만 여기는 매일 출근하잖아요. 7년이나 있다 보니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환자분들이 익숙하고 가족같이 느껴지죠. 다만 코로나 시국에 활동의 제약을 받는 것이 스트레스로 쌓이는 것 같아요. 이제 겨우 7년 차인데 슬럼프가 온 것 같아서 요즘 걱정이에요.

관록의 24년 차 VS 열정의 7년 차

#정서적 공감
이 사원: 환자나 보호자가 힘듦을 토로하면, 아픔을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지 계속 생각나서 고민이 많이 되고 마음이 복잡해요. 요즘에는 퇴근하면 생각을 끊는 연습을 해요. 그래야 다시 건강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 있으니까요.
박 과장: 물리치료실로 오는 길에 중환자실이 있잖아. 난 아직도 그 앞에 보호자들이 있으면 마음이 아파서 지나가질 못하겠더라. 얼마 전엔 치료받기 전에 침상에서 울고 계신 환자분을 봤어. 보호자 분은 휴대폰 하느라 못 보시고 나도 모른 척했지만 왜 우시는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 감정적으로는 힘들지만, 물리치료사라면 환자를 연민과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환자의 고충이 뭔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재활이라는 긴 여정을 이끄는 힘이 되거든.
이 사원: 제가 최근 무릎을 다쳐보니 보행 훈련하는 환자분들 마음이 다 이해되더라고요. 더 잘해드리고 싶고요. 부상이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라떼는 말이야

#직장생활 사춘기
이 사원: 24년 차 과장님께 7년은 짧은 시간이겠지만, 저는 7년간 쭉 일해본 게 처음이잖아요. ‘반복되는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육아휴직 등을 하는 동료를 보면 부럽기도 해요.
박 과장: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함과 염증을 느끼지. 그런데 같은 환자라도 어제의 환자가 오늘의 환자와 다르듯 그 안에 세세하게 새로운 것들이 있어. 이 선생 나이 때 나를 생각해보면 열정이 많다 보니 불만도 많았고, 당시가 소중한 순간이라는 걸 잘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아. 슬럼프가 왔다는 건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라잖아.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묵묵히 나아갔으면 해.

라떼는 말이야한 타임 치료가 끝날 때마다 철저한 방역과 소독이 이뤄지는 대전보훈병원 물리치료실
#대전보훈병원이란
박 과장: 대전보훈병원은 내가 ‘가치 있게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야. 가정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고. 나이 들수록 고마움이 커지는 걸 느껴.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로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훗날 지금을 떠올렸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던 시간’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해.
이 사원: 이제 곧 더욱 전문화된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재활센터가 건립되잖아요. ‘환자분들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좋은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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