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송선희 전문의의 진료실에는 굵은 매직과 흰 도화지가 준비돼 있다. 청력이 저하되고 시력이 좋지 않은 고령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다. 환자를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은 실력만큼이나 환자를 치료하는 귀한 약이 된다. 어린아이였던 환자가 청년이 되어 찾고, 부모의 추천으로 자녀들이 내원하는 이곳에서 송선희 전문의는 어떤 치료를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환자를 맞는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해 주고, 혹여 잊을까 종이에 적어주는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고맙고 믿음직스러울까? 천천히 눈을 맞추며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송선희 전문의의 모습에서 고령의 난청 환자와 교감하려는 그의 오랜 노력이 느껴진다.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설명해 줄 때 의사도 더 나은 진료방식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죠. 이비인후과는 질환의 특성상 진료방법이나 치료법이 굉장히 다양해요.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대구보훈병원 이비인후과는 오랜 시간 저희를 믿고 치료를 맡겨 주시는 환자들 덕분에 누적된 노령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경험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청력 검사를 맡아 진료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청각사 선생님의 노하우도 상당해 누구보다 정확한 결과를 전달해 주고 계시고요. 또한, 경북지역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진료 및 수술 장비를 갖추고 있어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부비동(축농증)내시경 수술, 중이염 수술, 편도선 수술 등을 통해 환자분들의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찾아드리고 있어요.
이비인후과에서는 이(귀), 비(코), 인후(목)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질환의 부위를 외부에서 관찰하기 어렵고, 환경 변화와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질병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예방과 조기 발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갑자기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귀가 안 들리는 경우는 응급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지 마시고 서둘러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어요. 귀가 갑자기 안 들리는 증상은 ‘돌발성 난청’인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액순환 장애, 머리를 다친다든지 엄청난 소리에 의해 생기는 음향 외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인데요, 돌발성 난청은 되도록 1주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예후가 좋습니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은 감기나 비염으로 코점막이 붓고 막혀 냄새 물질이 후각 점막에 도달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성기에 쓸 수 있는 약이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발병 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종종 질환을 잘못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턱관절 이상으로 인한 귀의 통증을 이비인후과적인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는 치과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전방에서 외부세상과 우리 몸을 연결하는 귀와 코, 목은 각기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질환이나 치료방법도 서로 완전히 다르다. 그 중 빈번하게 발생하여 주의가 필요한 노인성 질환과 치료에 대해 생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의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의식적으로 느끼는 ‘이명’은 90% 이상의 사람이 경험하는 것으로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청신경의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과 동반되는 이명은 지속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방법은 아주 많은데, 다시 말하면 정확한 치료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과도한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기본 건강관리를 잘하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정도의 불편함을 호소하므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위험요인이 없다고 판단되면, 증상을 편안하게 받아드릴 수 있도록 상담하고 있습니다. 언어 변별력이 감소하고 자꾸 되묻는 증상을 호소하는 ‘노인성 난청’ 환자분은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코와 관련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인성 질환 중에는 ‘미각성 비염’이 있습니다. ‘음식 유발성 비염’이라고도 하는데, “밥숟가락 들려고만 하면 콧물이 줄줄 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으로 코점막의 부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발생하는 비염입니다. 경구약과 항콜린정 비강분부액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완치되는 것은 아니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목에 관해서는 “금방 목이 잠기고 쉰 소리가 난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음성이 변하는 ‘노인성 성대’는 근육이나 피부의 노화와 같은 현상으로 성대 근육이 위축되고 탄력이 떨어져 생기는 노화 현상인데요, 아쉽게도 만족스러운 치료방법이 아직은 없습니다. 하루 30분 정도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입으로 내뱉는 복식호흡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평소 음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원인으로 청력이 손상되었으나 소실의 정도가 약해 스스로 난청인지 모르는 10대, 20대 환자가 늘고 있다. 선생님은 청소년인 자녀들에게 “이어폰을 절대 못 쓰게한다”고 말한다. 한번 나빠진 청력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소리 가운데 원하는 소리를 선택적 으로 듣지 못해 수업이나 업무에 지장이 있는 난청 환자가 늘고 있어요.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이러한 경도 난청 환자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면 최소 5~10분은 쉬어주고, 음량은 100%가 아닌 75%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속삭이는 소리를 듣기 어려울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난청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합니다.
100세 시대. 보청기를 권하면 여든이 넘으신 분들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은 유독 보청기에 관해서만은 부정적인 인식이 안타깝다. 난청이 시작되어 보청기를 끼셔야 하는 경우 꺼리거나 숨기고 싶어 하는 분이 많으세요. 일종의 장애처럼 여기시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가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끼는 걸 부끄러워하진 않잖아요. 노화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청력 소실은 눈이 나빠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각증상을 통해 난청임을 알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분들도 용기를 내서 병원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삽입형 보청기도 기술의 발달로 점점 작아져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착용하실 수 있고 또, 질환에 따라 보청기 외에 다양한 보조기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환자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증상을 해결해드리고자 노력할 겁니다." 환자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선생님은 종종 아버지나 남편의 소개로 찾아왔다는 가족들을 만난다. 고인이 되신 환자를 추억 하며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선생님에게 환자는 인생길을 동행하는 소중한 인연이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이끄는 최고의 스승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대구보훈병원에서 근무해온 15년이란 시간 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환자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증상을 해결해드리고자 노력할 겁니다. 환자가 저를 떠올릴 때 ‘도움을 준 의사, 신뢰하고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할 것 같아요.
송선희 대구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임상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보훈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비과학회, 대한수면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진료 분야 : 축농증, 비염, 중이염, 난청, 어지럼증, 후두 및 두경부 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