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추위를 이기고 피는 설중매(雪中梅)가 지면 나무는 잎과 열매를 맺습니다. 5월로 접어들어 야무지게 알이 찬 열매가 푸른빛으로 익어가면 은은하게 퍼지는 그윽한 향이 소풍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끕니다. 1년에 한 번만 구할 수 있는 매화나무의 열매, 매실이 그 주인공입니다. 매실은 약 3,000년 전부터 식재료나 약재로 요긴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매실은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소화를 돕고 열을 내려 가슴앓이를 없앤다고 합니다. 또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고 맥박을 활기차게 한다고 하는데요. 고전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무더운 여름 행군을 하며 지친 병사들에게 저 언덕 너머에 매화나무 숲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입에 침을 고이게 하여 사기를 올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초여름은 매실의 계절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매실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가장 바쁠 때지요. 5월 말에서 6월 초에 걸쳐 수확하는 청매실은 과육이 단단하고 맛은 떫고 시어 생으로는 먹지 않고 가공해서 먹습니다. 이때 수확한 매실은 청으로 담가 갈증을 해소하는 여름 음료로 마시거나 아삭한 장아찌로 만들어 밑반찬으로 활용합니다. 여름의 초입, 달콤 알싸한 초록 매실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