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 환자들만 다닌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보훈병원에 꾸준히 내원하며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어린 환자들도 많다. 소아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지역주민과 신뢰를 쌓아온 대구보훈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부모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진료를 펼치는 이지은 전문의를 만났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란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프더라도 조금만 아프길, 이왕이면 무탈하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선생님 역시 그렇다. 세 아이의 육아와 가사, 진료를 병행해온 엄마로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 소아청소년과는 생명이 잉태되어 출생하는 순간부터 유아와 소아를 거쳐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평가하고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진료과입니다. 소아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보는 진료과라고도 하죠. 저는 1994년부터 대구보훈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맡아 햇수로 29년째 환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어릴 때 봤던 환자가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데려오면서 대를 이어 제 환자가 되기도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초창기였던 90년대는 환자가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아픈 아이들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의료 환경의 변화와 급격하게 낮아지는 출산율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숫자보다는 환아 한명 한명에 정성을 쏟아 질적인 만족을 높이는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정보가 빠르고 아는 것이 많은 요즘 부모라도 막상 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왕좌왕하기 쉽습니다. 자녀 걱정이 앞서 조급한 부모들을 다독이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육아 멘토가 필요하죠. 전문의로서의 지식과 더불어 일찍 아이 둘을 출산한 경험, 또 40세에 늦둥이를 낳고 양육한 경험 등을 초보 부모와 나누려 해요. 아이들을 키우는 또 한 명의 부모라는 마음으로 환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맘카페에서 대구보훈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이 꼼꼼하게 봐주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아이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게 되는데, 예약이 몇 달 전에 마감될 만큼 우리 병원에서 검진 받으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진 및 진찰, 신체 계측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부모들의 수많은 궁금증에 대해 일일이 답해드리고 있어요. 또한, 아기를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놀아줘야 하는지, 전자미디어가 어린아이들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일들을 찾아 세세히 일러드리는데, 그러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갈 때도 있죠. 이러한 상담이 만족스러우신지 타지에서도 입소문으로 찾아오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증명하듯, 영유아 시기의 양육방식은 아이가 평생 살아갈 기초를 든든하게 세워주는 기둥이 된다. 부모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육아 상담 중에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이가 두 돌 이전에는 전자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일지라도,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보여주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왜냐면 아기가 어릴 때일수록 오감을 자극하여야 하며 쌍방교류가 중요한데 미디어는 시각과 청각만 집중적으로 자극하며 일방소통매체라는 것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편하고, 아기가 좋아한다고 미디어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1,2년 후 발달검사에서 반드시 문제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좋은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평생 건강하게 사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점도 제가 늘 힘주어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두 돌 이전에는 염분이나 당분을 넣지 않고 식품 고유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좋은 음식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 한두 숟가락 더 먹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결국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렇듯이 부모가 좋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어야 아이도 그렇게 됨을 강조합니다. 소아 과학 교과서 첫 장에는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질환이라도 진단과 치료법 등 모든 것이 성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는 소아질환에는 소아비만과 성조숙증이 있다. 이 둘은 상관관계가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비만은 어른처럼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체중감량에 집중하기보다는 성장을 염두에 두고 관리해야 하죠. 아이들에게 음식을 조절하고 활동량을 늘리라고 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사실 아이 스스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요. 부모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등 변화를 유도하고 생활습관을 잘 형성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히 소아비만은 여러 질병뿐만 아니라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성조숙증은 여아는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인데, 만약 성조숙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적으로 키가 작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성조숙증은 골연령 측정을 위한 X-선 검사, 사춘기 호르몬 검사 등을 포함한 혈액 검사 등을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춘기의 진행을 억제하는 주사를 4주 간격으로 맞게 됩니다.
아이들이 치료받으면서 건강하게 커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기에 선생님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의료진이 되겠다는 아이들도 있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시간이 더욱 보람되고 의미가 깊어진다. 아이들을 진료할 때는 정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이 두렵고 무섭다는 인식이 들지 않도록 안심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죠. 소통할 수 있는 나이라면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지침을 잘 따를 수 있도록 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지나면서 까칠해진 아이들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속을 터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아플 때 꼭 보훈병원을 찾고, 자신도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동기부여를 잘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가진 지식뿐만 아니라 살면서 생긴 경험과 지혜로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환자 진료 외에도 병원의 일이라면 선생님은 어떤 업무라도 기꺼이 맡아 열심히, 즐겁게 해낸다. 병원 곳곳 그의 열과 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대구보훈병원은 언제나 봄처럼 희망차고 따스하다. 대구보훈병원 소식지 <다정한 쉼터>의 편집장으로 원내·외 분들의 기고글과 유용한 정보를 모아 계간지 형식으로 꾸준히 발행하고 있으며, 병원 내 노래를 사랑하는 모임인 <예울> 합창단을 이끌어 보훈의 달인 6월과 연말에 환자분들과 직원분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십수년 전부터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연말에 <소아청소년과 아나바다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은 상인복지관에 기부하여 아이들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대구보훈병원 30년사>를 발간했습니다. 4개월간 팀장으로 이를 기획, 총괄하여 만족할 만한 책자가 나왔을 때 팀원들과 큰 성취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된 후 대부분의 세월을 보낸 대구보훈병원은 가정 다음으로 소중한 곳이며 나의 모든 걸 바쳐온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가 몸담은 직장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우리 병원과 행복한 동행을 이어나가며 의사로서, 병원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