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흔적을 찾아서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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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종착역남해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
남해 속에 둥지를 튼 작은 독일이 있다.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 그 안에 담긴 땀과 눈물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남해군은 남해도와 창선도 2개의 큰 섬을 비롯해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로 이루어진 섬마을이다. 육지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곳 중 남해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가진 곳이 있을까. ‘보물섬’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1960년대 독일로 떠났던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독일마을이 있다. 독일마을을 소개하는 책자에는 이곳을 “가장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아름다운 사람들이 돌아와 둥지를 튼 그리움의 종착역”이라고 말한다.
남해 독일마을

대한민국의 희망이 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
1960년대,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고작 76달러에 불과했다. 태국 220달러, 필리핀이 170달러였던 시절이다.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외화는 턱없이 부족했고 수출을 위한 종잣돈이 없었던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기회가 바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였다. 당시 독일은 복지정책이 막 확대되어 병원에는 환자들이 차고 넘쳤고 3D업종이었던 광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나라는 독일사람이 기피하던 광부와 간호사의 파견을 담보로 차관 1억 5,000만 마르크(한화 약 450억)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엄격한 자격시험을 거쳐 7,000여 명의 광부와 간호사 1만여 명이 선발됐고,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던 젊은이들은 한 줄기 희망을 안고 8,000km 떨어진 머나먼 이국땅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지하 1,000m 이상의 갱도로 내려가면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공기가 좋지 않았고 그 뜨거운 공기를 마시며 50kg이
넘는 쇳덩이를 이고 탄을 캐야 했다. 간호사들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매일 시체를 닦고 대소변을 수발하는 일은 어린 간호사들이 감당하기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번 돈을 최소한의 생계비만 남기고 모두 고국에 송금했다. 15년 동안 이들이 보내온 돈은 약 1억 153만 달러. 당시 수출액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독일에서 들여온 차관과 그들의 눈물 젖은 외화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공장 건물 등을 짓는 데 사용되었고 경제의 원동력이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된다. 이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은 독일마을 내 ‘파독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 탄광처럼 만들어진 복도를 지나면 이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기증받아 전시된 당시 사진과 생활용품, 월급 명세서와 근로계약서 같은 서류 등도 볼 수 있다.
남해에서 열리는 독일 맥주 축제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 겹치는 파독 전시관을 나오면 독일마을의 아름다움이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부와 남해군의 지원으로 2002년 첫 입주를 시작해 파독 교포들이 거주했던 이곳은 현재 관광지로서 사람들의
발길을 남해로 이끄는 역할에 충실하다. 이국적 낭만이 있는 40여 채의 독일식 집과 정원을 둘러 보고 독일 정통 음식과 맥주를 맛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특히 10월 초에 열리는 ‘독일마을 맥추축제’는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남해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화려한 개막식 퍼레이드와 문화공연, 정통 독일 맥주와 음식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즐길 수 있다.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어준다는 금산 보리암
보리암은 남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다. 금산 자락의 절벽 사이에 지어져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라는 뜻의 관음성지로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 보리암에 와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고 한다. 암자를 지나 해수관음보살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남해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충만한 평화와 설렘이 가슴 가득 들어찬다. 이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남해의 숲과 바다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남해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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