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꾸준한 치료를 위한 따뜻한 동행중앙보훈병원 내분비내과 이지현 전문의 최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갑상선 질환과 같은 대사질환이 급증하는 추세다. 평생에 걸쳐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내 몸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의사만큼 든든한 존재가 있을까. 중앙보훈병원 내분비내과에서 긴 호흡으로 환자와 동행하는 이지현 전문의를 만나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을 들어본다
우리 몸엔 4,000가지가 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중 세상에 밝혀진 호르몬의 종류는 약 80여 개. 선생님은 "우리 몸속에서 무궁무진한 활약을 펼치는 호르몬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한다.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호르몬은 '내분비기관'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장기에서 분비됩니다. 호르몬은 체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화학물질로 적정한 균형이 깨지면 몸에 여러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요, 소화나 대사, 호흡 등 기본적인 생리현상부터 스트레스, 욕구 등 감정의 변화를 초래하고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 이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증상이 더 악화하거나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고,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내분비내과는 신체 조절기능을 담당하는 호르몬 분비와 대사 장애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과로 주로 당뇨병, 갑상선 질환, 고지혈증, 골다공증, 부신 및 뇌하수체 질환, 비만증 진단과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호르몬의 종류가 많은 만큼 이상 증세도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내분비내과를 방문해 호르몬을 정확히 측정하여 내분비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게 분비되거나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인지를 못 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은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13.8%)이 가지고 있고,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10명 중 3명으로 점점 그 유병률이 증가하는 질환입니다. 당뇨병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기 어렵지만, 혈당이 높아지면 갈증이 심해져 물을 자주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을 자주 보는 다뇨(多尿), 배가 고파 음식을 자꾸 먹는 다식(多食), 이렇게 3다(三多)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피로감이 자주 들고 급격한 체중 감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진단하기 위해 혈당과 인슐린의 분비 정도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를 진행합니다. 공복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하여 기본적인 혈당 수치와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량을 확인하고, 정해진 양의 포도당을 섭취한 후 '채혈검사'를 통해 혈당 수치와 인슐린의 분비 정도를 확인합니다. 또한, 2~3개월 평균의 혈당을 확인하는 '당화혈색소검사'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과체중, 45세 이상,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임신성당뇨병 병력이 있는 등 당뇨병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드립니다.
중앙보훈병원 내분비내과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조절방법, 인슐린사용방법, 식사요법 등의 교육을 1:1 맞춤으로 진행하며 환자별 최적의 혈당 관리를 위해 힘을 쏟는다. 우리병원 내분비내과에는 당뇨병, 갑상선 질환, 골다공증, 쿠싱 증후군, 뇌하수체 기능 이상 등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을 풍부한 경험과 학술 지식으로 진료하는 전문의 네 분과 진료를 도와주는 당뇨병 교육 간호사가 있습니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에게 의사가 당뇨병 교육 처방을 내면 간호사가 인슐린 조절방법, 혈당 측정방법, 저혈당 대처법 등을 교육하고, 여기에 영양사와 협진하여 식단조절을 비롯해 환자 체중에 맞는 총열량을 계산하는 법과 생활습관 교정 등에 대해 1:1로 대면 교육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가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고 배운 관리법을 실천해 한두 달 만에 상태가 호전되어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로서 뿌듯하고 보람된 순간이죠. 정확한 진단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선생님은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광범위한 증상들을 세밀하게 살피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혈당 조절이 잘 안 될 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췌장암의 발병입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진행된 이후에 진단되면 기대여명이 길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췌장암의 위험인자 중 하나가 당뇨병입니다. 실제로 60대 중반 남성인 제 외래진료 환자가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복부 영상을 시행했는데 췌장암이 진단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수술 후 완치하셔서 지금도 내원하시는데, 오실 때마다 고마워하시는 환자 분과 가족분들을 뵈면 저 또한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큰 기쁨을 느낍니다.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르몬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균형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몸에 맞는 운동과 식이요법 실천,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지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은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성실한 약물복용과 합병증의 조기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검사를 할 것을 당부드려요.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과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하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경우에 약물복용을 통해 적절하게 잘 관리해야 합니다. 술은 피하고 반드시 금연을 실천해야 합니다. 혈당은 식사, 운동, 스트레스 등 다양한 이유로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므로 혈당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이사이 자신의 혈당을 스스로 체크하는 '자가혈당측정'을 통해 혈당의 변화와 그 원인 등을 확인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고 숙면을 취하면 혈당이 통제되고, 이를 지속해나간다면 당뇨병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에 뭐가 좋아요?' 대부분의 환자는 선생님을 만나면 당뇨병에 좋은 음식을 묻는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내 앞에 의사가 내리는 지침을 충실히 따르면 어떨까. 내 몸의 상태를 가장 세심하게 살피고 고민하는 의사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평생 공부하는 지식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사가 되었고, 인턴 생활을 하면서 환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진료하는 내과 의사가 적성에 맞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한 환자들은 병원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지요. 또한, 내분비내과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은 호르몬을 다루는 과이므로 환자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질병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사소한 이야기도 기억하면서 환자들과 부드러운 유대감을 쌓으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질병과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천천히 보폭을 맞추며 용기와 믿음을 주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어요. 환자들이 더욱 수준 높은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중앙보훈병원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