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본 사람은 안다. 라디오만의 감성을, 신청곡이 나오고 내 이름이 불릴까 기대로 설레는 순간을 말이다.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흐르는 추억과 소통의 주파수를 찾아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았다. 원내 방송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를 이어주고 웃음을 선사하는 라디오 포유 제작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9월에 방송된 라디오 포유 오프닝 멘트를 지면으로 옮겨 봤습니다.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진행과 어르신들의 방송 출연이 무척 인상적이던데,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송지은 사회복지사 코로나19로 가족과의 면회가 쉽지 않은 요즘, 비대면 가족소통 채널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어요. 사회 이슈나 건강 정보 등을 전달하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리고자 지난 2월부터 방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르신이 겪은 전쟁 이야기, 보호자들의 사연 등을 읽어드리고 추억이 깃든 신청곡을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어르신과 가족분들의 직접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오근 사회복지사 업무라 생각했으면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웃음). 동료 복지사들끼리 ‘한번 잘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모아졌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죠. 요양원 내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규방송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라디오를 들려드리고, 가족 분들에게는 보훈공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를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생활하시는 모습을 화면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특히 보호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어르신들도 ‘이번 달 라디오는 언제 나오냐’고 하시면서 본인의 애창곡이 신청곡으로 나오길 기다리세요. 가족들에게 전화해 라디오 방송 한번 들어보라며 자랑도 하시고요.
섭외나 코너 구성에 정성을 쏟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DJ는 어떻게 맡게 되셨는지, 영상촬영과 편집은 따로 배우신 건가요? 송지은 사회복지사 처음에는 6명의 사회복지사가 돌아가면서 DJ를 하기로 했는데, 약속과 달리 처음 시작한 제가 쭉 이어가게 됐어요(웃음). 아마추어다 보니 오프닝 멘트 한 줄 쓰는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주위에서 소재도 많이 주시고 특히 요양보호사 조장님께서 단체톡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고 계세요. 저희는 수시로 방을 돌며 어르신들께 직접 신청곡도 받고, 보훈 노래자랑 코너를 만들어 어르신의 애창곡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도 갖습니다.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이사장님이 출연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본사 홍보실에 문의 했더니 흔쾌히 출연 해주셨어요. 섭외가 성사되어 감사하고 뿌듯했죠. 9월에는 공단 홍보영상 소개 등 다양한 대외 활동도 많이 경험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어르신들께 더 다양한 코너 소개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김오근 사회복지사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콘텐츠예요. 어르신들이 재밌어하시고 보호자들이 궁금해하실만한 걸 담으려고 하죠. 업무가 바쁘다 보니 제작에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나 편집 등은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짬짬이 하고 있습니다. 영상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은 아이들 동영상을 촬영하며 자연스레 익히게 됐고, 장비는 기존에 있던 카메라에 마이크와 현수막 등 필요 물품만 최소한으로 구매해 활용하고 있어요.
유튜브로 국가유공자 어르신이 직접 출연해 본인의 시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봤어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힌 댓글에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방송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사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송지은 사회복지사 먼 타국에 있는 손녀가 보낸 편지,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보내는 사연 등 하나하나가 모두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어르신께서 저희에게 주신 편지도 특별하죠. ‘고생이 많다. 참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해보자’라고 격려하며 써주신 글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김오근 사회복지사 보호자들이 주신 편지에서 저희가 알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깊어요. 한 따님이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 앞에 데리러 오셨던 모습이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는데, 이런 사연을 통해 어르신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두 분 다 수원보훈요양원 개원부터 함께 하셨어요. 안팎으로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오근 사회복지사 2008년 보훈요양원 중 최초로 개원한 시설의 오픈 멤버라 애정도 남다릅니다. 수원보훈요양원은 다른 요양원에서 가장 많이 벤치마킹 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기관에서도 기관견학을 할 정도로 업무 숙련도나 요양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탁 트인 공간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환경도 자랑할 만하고요. 개원 당시만 하더라도 요양원에 대한 편견이 많았는데, 지금은 인식이 달라진 걸 느껴요.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여기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는 것이죠. 송지은 사회복지사 어르신들 성향도 많이 바뀌었어요. 10여 년 전엔 문자 보내는 것도 어려워하셨는데, 최근 입소하신 분들은 IT 기기 사용에 굉장히 능숙하세요. 데이터로 해외 거주 자녀와도 매일 소통하시고 유행의 흐름도 잘 알고 계시죠. 유튜브 검색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방송을 통해 들려주고픈 본인의 사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바람도 들어보겠습니다. 송지은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로서의 갖춰야 할 자질을 다듬어준 이곳의 선배와 동료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선생님들, 그리고 출산 후 복직을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최고의 요양서비스로 국가유공자분들과 보훈가족의 든든한 노후를 책임지겠습니다. 김오근 사회복지사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수원보훈요양원 직원들과 초심 잃지 않고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해요.‘라디오 포유!’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더 자주 찾아갈 수 있도록 구독과 좋아요 눌러 주시고, 공단의 많은 지원도 부탁드립니다.
추억의 주파수를 통해 신나는 세상을 열어주고 사람 냄새 풍기는 따스한 감성을 전해주는 이들.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 진짜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