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환자의건강 관리법 글· 장진순 중앙보훈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긴 무더위가 가시고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일교차가 급격한 가을철에는 호흡기가 예민한 비염 환자들의 급성 악화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을철 환절기 복병!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과 증상, 지켜야 할 생활수칙과 예방법 등을 <건강바로알기>에서 확인하세요.
알레르기 비염은 어떤 질환인가요? 코를 통해 흡입된 유발인자 혹은 원인 물질(이하 항원)로 인해 비점막 즉, 코 안 쪽 속살이 과민한 면역 반응을 나타내며 생기는 염증입니다. 코로 들어온 항원을 신체가 침입자로 인식하여 이를 제거하려고 콧속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게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은 실내에 존재하는 집먼지진드기나 개,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의 털, 비듬 그리고 바퀴벌레, 곰팡이 등입니다. 실외 공기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항원에는 화분증으로 대표되는 꽃가루나 그 외 포자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류는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하던데요. 알레르기 비염은 항원에 따라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나면 통년성(다년성), 특정 시기에만 심해지면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대부분은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류 등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입니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화분증(이하 꽃가루)은 꽃가루가 날리는 것이 눈에 보이는 봄철에만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4, 5월은 수목 꽃가루, 6, 7월은 목초 꽃가루, 그리고 가을에는 잡초 꽃가루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됩니다. 늦은 봄 또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는 이유는 그 시기마다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늦가을에서 겨울에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는 환자는 대개 외부 기온이 떨어져 실내외 환기가 안 된 채로 실내 온도를 높여 집먼지진드기, 동물 각질이나 곰팡이 포자 등의 항원에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시간적 패턴이 불명확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알레르기 비염을 증상의 지속기간과 중증도에 따라 ‘간헐적’ 또는 ‘지속적’ 질환으로 구분한 후 여기에 증상의 강도를 ‘경도’ 또는 ‘중등도에서 중증’(국제 작업 그룹 ARIA 분류)으로 나눈 다음 서로 연결시켜 분류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과 합병증은 무엇인가요?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비점막은 건강한 점막과는 다르게 불을 붙이기만 하면 바로 터지는 폭탄처럼 민감합니다. 따라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 폭탄 같은 코안 점막에 붙으면 면역 반응으로 인해 맑은 ‘콧물’이 나오고 ‘코 막힘’을 느끼고 ‘재채기’가 나오는 증상이 반복됩니다. 증상만 보면 코감기와 비슷하지만, 증상이 오래 가거나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단순한 코감기가 아닌 알레르기 비염일 확률이 높습니다. 신체 알레르기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80%는 코와 가까운 눈 알레르기인 결막염을 동반합니다. 이외에 피부 알레르기인 아토피 혹은 코와 눈, 귀 주변 안면 피부의 각종 가려움과 눈 주위 피부의 색소 침착도 흔히 관찰되며 폐 호흡기 질환인 천식이 동반되거나 합병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알려 주세요. 가장 좋은 치료법은 항원에 노출이 안 되도록 피하는 ‘회피 요법’입니다. 그러나 코를 통해 숨을 쉬기 때문에 항원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꽃가루에 의한 화분증으로 대표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 정화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실내에 나무나 화초를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꽃가루 포자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날리므로 이때는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시에는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제초나 정원 손질은 삼가합니다.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실내에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바퀴벌레가 생존하기 힘든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5도 이하, 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하고 가습기 사용은 자제합니다. 먼지를 많이 함유할 수 있는 섬유로 된 소파, 커튼, 카페트 사용은 피하고 털 종류로 된 침구나 커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매트리스와 이불 등 침구는 먼지, 집먼지진드기와 분립(faecal pellet)이 침투하지 않도록 항균 커버로 씌우고 커튼은 적어도 2주에 한 번씩 75도 이상에서 세탁해야 합니다. 이불이나 베개 같은 침구류는 자주 햇볕에 말려 소독해야 하고 베갯속은 씨앗이나 깃털 대신 합성이나 라텍스 같은 천연고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지가 끼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진 봉제완구나 인형은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환경 관리를 할 수 없거나 관리를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약물 투여를 진행합니다. 약물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완치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은 방치할 경우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물 투여를 통해 증상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콧속에 뿌려주는 비 내 분무제입니다.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어 강력하게 염증 반응을 억제해 코 막힘과 재채기, 콧물이 완화됩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히스타민이란 물질이 세포 밖으로 나와 생기는 현상이므로 항히스타민제를 자기 전 한 번씩 복용하면 콧물과 재채기, 가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콧물이 유일한 증상인 경우는 항콜린제를 콧속에 투여하여 콧물을 줄이고, 신속히 말릴 수 있습니다. 항원에 노출되는 즉시 나타나는 증상을 즉시성 반응이라 하고 그 후 수 시간이 지나 생기는 증상을 지연성 반응이라 하는데, 이때는 주로 코 막힘이 주 증상이므로 항 류코트리엔 계열 복용 약을 추가하면 증상에 도움이 됩니다. 항원을 매우 소량 몸에 투여하여 알레르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몸을 익숙하게 만드는 면역 요법도 집먼지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에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A로 알아보는 알레르기 비염 Q1 _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감기는 대개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전염력이 있는 비염입니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면역 반응에 의한 것이므로 전염력이 없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콧물, 코 막힘, 재채기 등의 주요 증상이 감기와는 달리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Q2 _ 알레르기 비염 진단에 필요한 검사는 무엇인가요?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에는 우선 가족력이나 사는 곳 혹은 일터의 환경에 관한 자세한 문진이 필수입니다. 코 주위와 얼굴의 피부 관찰, 코안 진찰 시 비 점막이 창백해진 채 부풀어 있는 모습이 보이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가장 확실한 진단법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 물질이나 유발인자 즉 항원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피부반응 검사와 혈액검사(MAST, RAST)에 의해 항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노출을 피해야 하는지, 어떤 식의 치료가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합니다.
Q3 _ 계절적인 요인 외에 비염을 일으키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나요? 면역 반응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이외에 면역과 관련이 없는 비 면역성 알레르기 비염은 비염 증상이 있으나 검사 소견으로 알레르기가 진단되지 않은 모든 비염을 통틀어 말합니다. 5가지 대표적인 비염은 ➊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독성 물질 즉 화학물질, 용매, 염색약, 스프레이, 잉크나 페인트, 담배 등에 노출되어 생기는 직업성(유해 자극성) 비염 ➋ 임산부에서 생기는 호르몬성 비염 ➌ 특정 약물 투여로 인한 약물성 비염 ➍ 혈관 운동성 비염 ➎ 호산구성 비염 등이 있습니다. 특히 고령의 남자 환자분들이 주로 복용하는 전립선 비대로 소변을 원활하게 보기 위해 쓰는 약은 코 혈관을 팽창시켜 코 막힘이 유발되므로 비뇨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물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Q4 _ 알레르기 비염을 완화하는 생활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앞서 언급한 대로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실내외 환경 관리입니다. 실내에서는 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물의 털이나 비듬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노출이 없어진 이후에도 알레르기 증상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실내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고성능 여과기를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실내 곳곳에 살충제와 곰팡이 제거제를 설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와 같은 실외 항원은 제거가 곤란하므로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안경이나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사용해 항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