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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레옹 화분’ 있어요! 현대인과 반려식물
나도 ‘레옹 화분’ 있어요! 현대인과 반려식물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화분을 들고 정처 없이 떠도는 고독한 킬러 레옹, 영화 <레옹>에 등장하는 바로 그 ‘레옹 화분(식물)’은 냉혈한인 킬러가 애지중지하는 제일 친한 친구이자 반려식물이다.
최근 레옹처럼 반려식물을 ‘양육’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식물 양육자. 반려식물 양육이 현대인의 또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바쁜 일상에서도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얻기를 원하는 현대인의 또 하나의 선택 , 반려식물 양육에 대해 알아본다.


<레옹>(1995)은 고독한 청부살인자 레옹과 가족을 잃은 소녀 마틸다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느와르 영화다. 명작으로 통하는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것이 특징. 30년이 흐른 지금도 이들의 스타일과 다양한 소품은 풍자와 오마주의 대상으로 소비된다. 소녀 마틸다의 짧은 칼단발 헤어스타일, 목에 딱 붙는 장식 초커, 특유의 야상 패션이 그렇고 레옹의 무표정, 비니, 롱코트 그리고 이들이 번갈아 가지고 다니는 화분이 그렇다. 특히 두 사람이 애지중지하는 일명 ‘레옹 화분’은 영화 전반에서 주인공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냉혹한 킬러 레옹의 ‘절친’
레옹은 자신을 ‘청소부’라 칭하는 소위 살인청부업자다. 혼자서도 무장한 폭력배들을 단숨에 해제시키고 임무를 깔끔하게 완수하는 초일류급 실력파다. 임무 중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다. 생명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 따윈 태생부터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의 의외의 모습에 당혹감을 경험하게 된다.
보통 킬러에게 연상되는 잔혹함, 냉정함, 거침, 투박함 대신 그에게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표정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고, 어둡고 음습한 장소에서 독한 위스키나 진한 커피에 중독돼 있을 것 같은 편견을 깨고 흰 우유를 즐겨 마시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그가 가족을 잃고 도움을 요청한 소녀에게 곁을 내주는 모습에서는 어딘가 숨어있을 따뜻한 인간성도 기대하게 된다. 그가 가진 의외성의 정점은 사람을 죽일 때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던 그가 ‘아글라오네마Aglaonema)’라는 식물은 애지중지끔찍이도 아낀다는 것이다. 집을 나설 때면 화분을 창밖에 내놓아 햇빛을 보게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으로 화분을 들인다.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잎을 닦아주고, 흙을 만지면서 식물과 이야기도 나눈다. 레옹에게 이 식물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마틸다가 레옹의 집에 처음 왔을 때 레옹은 식물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녀석은 내 친구야, 뿌리 없이도 살아. 나랑 똑같지?”

어디 한 곳 정착하지 못하고 몸도 감정도 떠도는 킬러, 외부와 단절한 채 철저히 고독한 삶을 사는 레옹에게 이 식물은 자기 자신이자, 친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거다. 말 그대로 그의 삶에 위로와 힘을 주는 반려식물인 셈.

나도 ‘레옹 화분’ 있어요! 현대인과 반려식물

국민 3명 중 1명은 반려식물 양육자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저마다의 ‘레옹 화분’이 있다. 농촌진흥청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60대 이상이 34.6%로 많았다. 집안이나 집 마당 등에서 식물을 키우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 깊게 자리했는데 뜬금없이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키운다는 건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반려식물은 인테리어용으로 심거나 장식한 식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농진청은 조사에 앞서 반려식물을 ‘화분 등에 심겨 실내나 집 마당에서 관리받는 의존형 반려식물’과 ‘정원과 숲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독립형 반려식물’로 분류하고, 1개월 동안 이들과 ‘교감’했거나 정기적으로 관리했는지를 조사했다. 여기에서 ‘교감’은 반려식물을 바라보고, 쓰다듬고, 이름을 불러주는 등의 친밀함을 표시했다는 의미다. 조사는 반려식물, 즉 ‘레옹 화분’을 가졌냐를 묻는 거였다.
반려식물 양육자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1인 가구의 증가를 꼽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1인 가구의 직장인이 차선으로 택한 정서적 친구가 바로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 식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반려견, 반려묘처럼 식물을 보살피고 양육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꾀하고 지친 심신의 위로를 구한다.

‘정서적 안정제’, 심리적 동반자
실제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이 인간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연구와 경험에서 입증됐다. 분갈이를 해주고 잎을 닦고 손질하고 물을 주는 등의 돌봄 행위가 뇌에서 안정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잎의 색이 변화하는 등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을 돌본다는 책임감과 잘 키워내고 있다는 성취감도 느낀다. 그러면서 우울감을 해소하고 기분 전환 효과도 얻게 된다. 나아가 자아 돌봄이 강화되는 긍정성도 커진다.
또 반려식물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정서적 지지를 구축할 수도 있고 혼자 사는 직장인이나 고령자는 식물과 교감하면서 심리적 동반자로서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양육만큼이나 장점이 많은 조용한 친구, 레옹 화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실패의 두려움으로 망설인다면 스투키, 몬스테라, 스파티필름, 아이비, 호야 등을 추천한다. 생명력이 강해 반려식물 초보자라도 이들과 인연을 맺으면 반려식물 양육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자신감이 생겼을 때 난이도 있는 식물에 도전한다면 조만간 훌륭한 ‘반려식물들의 집사’가 돼있을 것이다.

나도 ‘레옹 화분’ 있어요! 현대인과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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