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의학적 지식과 경험은 당연하다. 여기에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완성된다. 중앙보훈병원 정형외과 이승훈 전문의는 환자의 병뿐만 아니라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려 노력하는 의사다. 환자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보호자에겐 상세히 설명하려 애쓴다. 의사란 그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는 뼈와 근육, 관절, 인대 등 근골격계질환을 다룬다. 광범위한 만큼 부위별로 세분화하여 진료한다. 이승훈 전문의가 집중하는 분야는 보행을 담당하는 ‘무릎’으로 무릎관절(슬관절)은 움직임이 많은 만큼 노화가 비교적 빠르게 찾아온다. 절(슬관절)은 움직임이 많은 만큼 노화가 비교적 빠르게 찾아온다. 고령 환자가 많은 보훈병원 특성상 무릎 통증으로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분들 대부분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세요. 퇴행성 관절염은 대게 노화로 인해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마모되면서 일어납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중증도도 높은 편이죠.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해도 바로 수술을 받는 건 아니에요. 환자의 나이와 생활방식,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데 진행 정도에 따라 악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포함한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어요. 수술적 치료는 관절염의 정도에 따라 관절경 수술, 교정 절골술, 그리고 인공관절까지 다양한 단계가 있습니다. 같은 퇴행성 관절염이라도 그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어 수술 여부에 대해선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무척 중요합니다. 환자들은 저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치료법을 고집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갈팡질팡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보다는 심적인 위로와 공감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노화는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지만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관절염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아도 병의 근원적 문제인 마모된 연골을 재생시키지는 못해요. 완치의 개념보다는 아프지 않게 잘 달래면서 데리고 가야 하는 질환이죠. 간혹 다른 병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받거나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권유받고 오신 분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운동치료, 약물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 통증 조절을 하다가 수술적 치료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큰 경우, 예를 들면 잘 걷지 못해 근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다른 질병들이 염려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길 말씀드리죠. 수술적 치료에 있어 나이는 고려만 할 뿐, 중요한 건 환자의 컨디션입니다. 통증이 심해 잘 걷지 못하던 92세 환자분이 계셨는데 인공관절 수술 후 회복이 잘 되어 편하게 걸으며 만족하며 지내고 계세요.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환자의 병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것까지 함께 이해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의사.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다. 환자에 대한 애정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기에 그는 환자를 볼 때 가장 밝은 표정이 된다. 늘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이승훈 전문의를 환자들은 해바라기 선생님이라 부른다. 최고의 기술로 최선을 다하는 것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진료에서 사람을 지운 채 의사와 환자의 역할만을 생각한다면 환자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 수 없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의사라면 환자의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형편이 어려운 환자라면 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고, 위로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마음. 환자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가장 의사다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하는 연말은 소외된 이웃과 정을 나누는 나눔의 계절이다. 그러나 이승훈 전문의의 사전에는 나눔의 계절이 따로 없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의술의 힘을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봉사와 나눔의 꿈을 실천하는 데 쓰고 있다.
저는 사실 바늘로 찌르는 것도 무서워하던 사람이었어요(웃음). 그래서 공과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밀알 장애인 선교단체에서 활동했습니다. 이와 연계되어 밀알학교에서 자폐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가 생각해 보니 다른 이들을 도울 때더라고요. 마침 밀알학교 앞에 있는 건물이 삼성서울병원이었는데, 의료진들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은 그 일 자체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가 있으니 아주 좋은 직업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 길을 걷게 되었죠. 아직도 세상에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나라가 많고,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번 캄보디아 의료봉사는 여러모로 지원이 부족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녀오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우리 병원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아쉬움 없이 도움을 주고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학도가 되고자 했던 청년은 뼈와 관절을 다루는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 환자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승훈 전문의. 예기치 못한 불행과 고통이 산재하는 세상에서 이런 의료진을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다. <닥터 홀의 조선 회상>이라는 책 들어보셨나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담긴 책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했고 치료했던 선교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분들이 뿌린 씨앗에 의해 병원이 설립되었고 지금과 같이 놀라운 수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죠.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헌신했던 사람들이 바랐던 바는, 우리가 받은 걸 누군가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선순환이 아닐까요? 그것이 바로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더 많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삶의 행복을 나누길 바랍니다.
이승훈 중앙보훈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생명과학부(복수전공)를 졸업하고,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 전임의, 인천의료원 진료과장을 거쳐 현재 중앙보훈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진료 분야: 슬관절(관절경, 인공관절) 및 슬관절 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