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담은 노랫가락에 어깨춤 더덩실~ 원주보훈요양원에서 펼쳐진 힐링 콘서트 지난 12월 5일, 원주보훈요양원에서 개원 3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무대의 주인공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2’의 주역인 가수 최수호. 뛰어난 트로트 내공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가 연말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원주보훈요양원을 찾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 ‘미스터트롯 2’에서 Top 5를 차지하며 어르신들의 대세 아이돌로 자리 잡은 가수 최수호의 등장에 원주보훈요양원이 들썩인다. 반갑고도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과 어르신분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네!”, “수호 씨,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요!” 중장년층의 팬심이 아이돌 팬덤 못지않다더니, 22세 떠오르는 트로트 신예 최수호에게 쏟아지는 애정과 관심이 뜨겁다. “정기적 으로 공연단 초청 행사가 열리지만 이렇게 높은 호응은 처음”이라고 귀띔하는 요양보호사분의 목소리에도 소녀 같은 설렘이 묻어난다. 트로트는 사랑을 싣고~ “옛 추억을 떠올리는데 트로트만 한 것이 있을까요? 어르신, 요양보호사분들 할 것 없이 모두 미스터트롯 애청자셨죠. 함께 푹 빠져 TV를 시청하는데, 한 어르신께서 ‘우리 외손자가 TV에 나온다.’라고 하셨다는 거예요. 그 손자가 바로 최수호 씨였습니다.” 특별한 인연으로 성사된 무대. 서수경 원주보훈요양원장 직무대행(이하 요양원장)은 “기획사의 도움 없이 개인 일정을 할애해야 했음에도 최수호 씨가 흔쾌히 응해주었다.”라며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할아버지께 직접 노래를 들려드릴 기회’이기에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실력만큼이나 효심 깊고 인성 좋은 청년이다. ‘미스터 트롯맨’과 함께 음악으로 활력 충전
시작 전부터 이미 기대감에 부푼 마음들로 가득 찬 무대. 거동이 불편해 아쉽게도 공연을 직관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모바일로 보실 수 있도록 유튜브 촬영이 진행되었다. 경연에서 불러 큰 호응을 받았던 노래, 나훈아의 <갈무리>가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많은 대동강>이 이어지고, 다음으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로 친숙한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더욱 큰 박수로 화답했다. 알고 보면 그는 10여 년 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민요 신동으로 얼굴을 알렸던 국악 유망주. 오랜 시간 국악에 매진한 그가 구성지게 뽑아내는 가락에 맞춰 어르신들이 어깨를 들썩인다. 20대와 80대가 함께 소통하며 즐기게 만드는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 트로트의 힘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어느덧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아쉬운 마음이 담긴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고,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은 그는 나훈아의 <잡초>를 비롯해 진성의 <님의 등불>, 남진의 <둥지>까지 3곡을 선사하며 공연을 알차게 마무리했다. 할아버지의 자부심만큼이나 흥겨웠던 공연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기쁨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편안한 할아버지 모습에 감사해” 오늘 공연을 보며 누구보다 기쁘고 뿌듯했을 이는 최수호 씨의 할아버지 장병택(80세) 어르신일 것이다. 그러나 치매를 앓고 계신 탓에 마음을 말로표현하기가 쉽지 않으시다. 할아버지의 무한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최수호 씨는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다정하게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어린 시절 기억 속 할아버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셨어요. 엄격하고 예의범절을 중시하셔서 조금 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보이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죠. 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셔서 늘 저를 사랑하고 응원해 준 소중한 분이세요.” 오늘 객석을 찾은 아내 김순애 여사는 “몇 해 전부터 남편이 치매를 앓았는데 2년 전부터는 속도가 빨라져 심사숙고 끝에 원주보훈요양원에 모셨다.”라고 말했다. 가족을 요양원에 의탁하기까지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자식들, 조카들까지 다 와보고서는 이만한 데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관리를 잘 받아서인지 오히려 오실 때보다 상태가 호전된 게 느껴져요. 지금은 남편도, 저도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고생과 우려를 털어낸 듯 밝고 기운찬 목소리다.
장병택 어르신은 월남전에 참전하신 국가유공자다. 많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복무했던 ‘비둘기부대’ 만큼은 또렷하게 말씀하실 만큼 참전용사로서 자부심이 크다. 서수경 요양원장은 “희생하고 헌신 하신 분들의 노후가 편안하고 품위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한다. 어르신, 종사자 모두가 행복한 요양원! 2020년 12월에 개원한 원주보훈요양원은 전국 보훈요양원 중 최초로 치매 전담실을 설치하고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을 배치하는 등 치매 맞춤형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넓은 동선과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부한 채광, 크지만 위화감을 주지 않게 꾸며진 요양원 곳곳의 공간이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근무하는 직원들이 ‘내 부모를 모시고 싶은 곳’이라고 할 만큼 시설은 원주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여기에 걸맞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수경 요양원장은 “현재 입소 대기자만 14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원주보훈요양원이 국가유공자와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데에는 지금껏 손발 맞춰가며 사명감으로 애써주신 요양보호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직원이 행복해야 어르신이 행복하다’라는 신념으로 어르신을 돌보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미니 인터뷰 with 최수호 최수호. 안녕하세요. 미스터트롯2 Top7으로 활동하고 있는 ‘트롯밀크남’ 최수호입니다.
Q. ‘트롯 밀크남’,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 공식 애칭인가요? 최수호. (웃음)쑥스럽긴 한데, 공연 나왔을 때 처음 생긴 별명이라 감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원주보훈요양원에 직접 와보니 어떤가요? 최수호. 첫인상이 정말 깨끗하고 깔끔했어요. 어르신분들 안색도 너무 좋으셔서 우리 할아버지도 편안하게 잘 지내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Q.요양원에서의 공연은 처음인데, 어렵진 않으셨나요? 최수호.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셔도 내면에 있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눈빛을 통해 다 전해지고 느껴졌습니다. 뿌듯한 경험이었어요.
Q. 공연 중 ‘저희 할아버지께 잘해달라’ 부탁할 때는 마음이 찡하더군요. 최수호. 할아버지께서 많이 좋아지신 게 보여서 감사했고 효도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사실,여기 계신 어르신들 모두가 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생각해요. 만수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Q. 2002년생 아닌가요? 나이에 비해 생각이 참 성숙해요! 최수호. 할아버지의 훈육 덕분입니다!(웃음)
Q. 차세대 트로트를 이끌 ‘특급신예’로서 향후 계획은? 최수호. ‘미스터트롯2’ 탑7과 함께 전국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짜여있고, 저희가 너무 신나고 즐거워서 하는 콘서트기 때문에 안심하고 오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