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흔적을 찾아서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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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바람이 그린 풍경화 속으로강원도 평창
강원도 평창
오대산, 아름다운 설경과 옛이야기 속으로
평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겨울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한겨울의 오대산은 적설량이 많아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한다. ‘삼재 없는 명당’으로 꼽힐 만큼 부드럽고 아늑한 산자락에는 아름다운 사연과 전설이 곳곳에 서려 있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특히 월정사 여행은 역사에 얽힌 이야기나 전설을 알지 못하면 그 즐거움이 줄어든다.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은 ‘천년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려 말의 명승 나옹선사가 부처님께 공양하던 그릇에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떨어지자 홀연히 나타난 산신령이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그루를 시켜 절을 지키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1,8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늘어선 길을 자분자분 걷노라면 일상의 번잡함이 눈 녹듯 사라지고 숲이 뿜어내는 향기에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눈 내린 날의 설경도 환상적이다. 우람한 전나무들조차 쌓인 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를 늘어뜨리고, 한 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마다 안개 같은 눈보라가 숲의 정적을 일깨우곤 한다.

항일운동의 전초기지가 된 월정사
강원도 평창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 월정사는 전나무 숲을 품은 아름다운 사찰로 널리 알려졌지만, 항일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야기는 이렇다. 1919년 3·1운동 직후 서울에서 비밀 독립운동 단체 ‘독립대동단’이 결성됐다. 독립대동단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고 항일 무장조직을 위한 군자금을 모았으며 비밀리에
‘대동신보’를 발행해 조선 민중의 독립 의지도 고취했다. 특히 대한제국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을 상하이로 탈출시키려다 일본 경찰에 적발된 사건은 유명하다. 의친왕을 임시정부에 참여시켜 외교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승려, 여성, 관료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사람이 수만 명에 달했던 거대 비밀조직이었던 독립대동단의 활동무대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월정사였다. 최근에는 월정사 금강연 일대에서 항일독립운동의 결의를 새긴 암각문이 다수 발견되어 독립운동의 본거지로서의 월정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월정사 일주문에 들어서면 정면에 가장 눈에 띄는 탑이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1호)이다. 층마다 지붕돌의 추녀 끝에 매달린 작은 풍경이 실바람에도 맑고 고운 소리로 고적한 사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은은한 풍경소리와 월정사 주변의 설경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하얀 눈만큼이나 청아해진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겨울 산행법
서붓서붓 눈 위를 걷는 산책길도 좋지만, 눈꽃 산행과 눈 위를 아찔하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키를 빼고 평창의 겨울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용평스키장을 품고 있는 발왕산은 산세가 완만해 겨울 산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정규 코스로 오르면 세 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곤돌라를 타면 단숨에 정상 바로 아래에 닿는다. 해발 1,458m의 발왕산 정상까지 20여 분을 오르는 곤돌라 안에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상고대를 감상하거나 슬로프를 달리는 스키어들을 구경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발왕산 정상은 곤돌라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정도만 오르면 된다. 마른 나뭇가지에 가득 핀 반짝이는 눈꽃을 볼 수 있다면 기막힌 행운. 겨울왕국으로 입성한 듯 신비하고도 환상적인 설경에 누구라도 넋을 잃게 된다.

‘메밀꽃 필 무렵’의 흔적을 찾아서
강원도 평창
평창은 오대산과 스키장을 품은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문학과 꽃의 조화로 예술의 정취를 더했다. 봉평으로 향하기 전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한번 읽어두면 여행의 감흥이 훨씬 진해진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작가 이효석은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봉평의 산과 들에 대한 기억을 한국 문학의 가장 서정적인 장면 중 하나로 그려냈다. 이효석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은 <메밀꽃 필 무렵>
에서 허 생원과 동이가 드나들었던 주막인 충주
집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성 서방네 처녀와 허 생원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 옆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효석 문학관과 이어진 생가와 메밀밭이 나온다. 아름다운 문학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을 거닌다는 것은 얼마나 향기로운 일인가. 고단한 삶에서 잠시 피어난 사랑을 떠올리는 동안 눈 속에 푹 쌓인 이곳이 포근하게만 느껴진다.


강원도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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