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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 앨리스>, <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본‘젊음’도 안심할 수 없는 초로기 치매
최근 소통전문가로 알려진 김창옥 강사의 ‘치매 의심 증상’ 고백으로 초로기 치매에 관심이 높다. 치매는 65세 이상에서 발병하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최근 40~50대 환자가 늘고 있다. 초로기 치매, 무엇일까? ‘기억의 증발’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당당히 삶과 맞서는 영화 <스틸 앨리스>(2014)와 27살에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수진과 그런 연인을 바라보는 철수의 슬픈 사랑을 담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를 통해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깝게 와 있는 초로기 치매를 만나본다.

‘젊음’도 안심할 수 없는 초로기 치매

“나이 50인데 치매?” “나의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이야.”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받던 50세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에게 ‘느닷없이’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 50세에 알츠하이머라니!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이 되는 소리냐는 남편에게 앨리스는 “내가 느낀다고!”라며 절망을 토해낸다.
앨리스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 건 몇 건의 사건 때문이다. 강의 도중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단어를 끝내 기억해내지 못하고 강의를 끝낸 일, 일상의 조깅 루트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초기화되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 서 있어야 했던 일, 가장 자신 있던 브레드푸딩 레시피가 떠오르지 않아 몰래 레시피를 검색했던 일 등이다. 병원에서 알게 된 사실은 자주 보지도 못했던 아버지로부터 가족유 전성 알츠하이머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초로기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대표적인데 알츠하이머 치매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모 중 한쪽이 알츠하이머 유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로 보고될 정도로 가족력이 강하다. 문제는 초로기 치매가 노인성 치매보다 진행 속도가 빠른 데도 많은 사람이 치매를 의심하지 못해 병이 제법 진행된 뒤에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앨리스의 병 역시 진행이 빨라 기억 속 단어부터 빠르게 앗아간다. 언어학 교수였던 앨리스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알츠하이머협회의 요청으로 강연에 나서게 된 앨리스. 중복해서 텍스트를 읽지 않기 위해 형광펜으로 강연 텍스트를 한 줄 한 줄 지워가며 강연을 이어간 그녀는 당당히 말한다.

“내가 고통받는다고 생각지 마세요. 저는 애쓰고 있습니다.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 위해서!”
기존의 영화들이 알츠하이머 환자를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각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초로기 치매환자인 앨리스의 변화에 집중한다. 감독은 병의 진행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눈동자 초점 등 작은 행동까지 세심하게 표현한다. 카메라 워크도 앨리스의 관점을 좇았다. 덕분에 관객은 기억이 증발하는 상실의 시간 속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삶에 맞서는 앨리스에 집중할 수 있다.
치매 초기증상은 건망증과 유사
치매는 보통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되는데 최근에는 65세 미만, 주로 40~50대의 이른 나이에 치매가 오는 초로기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매 진료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40~50대 치매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10%에 달하며 연평균 증가율은 15%나 된다.
초로기 치매의 주된 원인인 알츠하이머의 증상은 건망증과 유사하게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다가 언어기능,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젊은 나이에도 건망증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면 치매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초로기 치매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이유다.
그렇다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전문의들은 깜박 잊었던 일에 대해 힌트를 얻고 기억해낸다면 건망증을, 힌트를 얻었는데도 전혀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건망증이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을 불러들이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치매는 기억 자체에 장애가 생겨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젊음’도 안심할 수 없는 초로기 치매

"잊혔다고 슬퍼 말아요"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는 평소 건망증이 심했던 27살의 수진(손예진)이 치매 판정을 받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철수(정우성)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눈물샘 자극’ 정통멜로영화다.
주인공 수진의 건망증은 매우 심각하지만 귀엽다. 그러나 집에 가는 길까지 잊어먹은 경험 이후 그녀의 건망증은 더는 귀여움일 수 없게 됐다. 병원에서 받은 병명은 알츠하이머.
“27살인데 치매라니요!” 모든 순간이 멈추고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이 수진을 강타한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대. 나 곧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될 거야. (…) 기억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지는 거야.”
수진의 말에 철수는 “내가 네 기억이고 네 마음”이라며 “내가 다 기억해 주겠다.”라고 의연하게 위로한다. 하지만 수진의 기억은 최근 기억부터 빠르게 삭제된다. 철수를 잊어가는 수진과 사랑하는 이가 나를 잊어가는 모습을 감싸 안는 철수의 아픔은 관객의 마음을 찢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철수라고 합니다.”
급기야 철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 수진에게 건네는 철수의 인사. 숨이 멎을 듯 고통스러운 슬픔이 관객에게 전이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서 내가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환자가 인식하든 못하든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모두 고통이다. 소중한 내 기억을 앗아가는 치매, 그래서 더 두렵다.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한테 스며들었어요. (…) 당신을 잊을 순 있겠지만 내 몸에서 당신을 몰아낼 순 없어요.”
잠시 기억이 살아났을 때 쓴 수진의 편지…, 치매를 앓는 사랑하는 이의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슬픈 당신에게 수진이 보내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깊은 상실감을 주는 치매, 최근 치매 환자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는 즐기고, 참고, 챙기자는 ‘치매예방수칙 3.3.3’을 발표했다. 평소에 3.3.3 수칙을 실천하면서 뇌 건강을 챙겨보자. 치매, 이제 더는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치매예방수칙 3.3.3

자료: 보건복지부 & 중앙치매센터
‘젊음’도 안심할 수 없는 초로기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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